“세월호 육상 올리려면 무게 줄여야”… 배수구멍 뚫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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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조사위 결정… 유족들 강력 반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배를 육상에 올려놓기 위해 선체에 구멍을 뚫기로 했지만 유가족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또 선체에서 흘러내린 펄에서 또다시 돼지뼈 조각과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지갑 및 여권, 신용카드 등이 발견돼 피해자 유품 유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화물칸에 21개 구멍 뚫기로

선조위는 2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세월호 선체가 모듈 트랜스포터에 실려 육상에 올라오려면 지금보다 462t가량 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선조위는 애초 구멍 뚫기에 회의적이었지만 거치 작업이 촌각을 다투는 점을 감안해 입장을 바꿨다. 8일까지인 소조기(小潮期·밀물과 썰물의 차가 작아지면서 조류가 느려지는 시기) 안에 작업을 끝내지 못하면 보름 뒤인 다음 소조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소조기를 지나면 바닷물이 거칠어져 반잠수식 선박 갑판과 부두를 수평으로 맞추는 작업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선조위는 이날 오후 세월호 중앙부에 지름 10cm가량의 구멍 1개를 뚫는 작업을 진행했고 앞으로 화물칸(D덱)에 20개의 구멍을 더 뚫을 계획이다. 이후 4월 4일 밤 12시까지 선체 무게를 맞추고 5일 모듈 트랜스포터의 시험운전을 한 뒤 6일부터 본격적인 거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유가족들이 선체 구멍 내기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침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평형수 부족을 증명하고 선체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선조위는 “평형수 탱크가 아닌 화물칸에 구멍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모듈 트랜스포터 진입을 위해 리프팅 빔 밑으로 흘러내린 펄을 수거하는 작업도 1일 오후부터 시작됐다. 유해나 유류품 등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어 일부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대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직원 등도 참여했다.

○ 또다시 발견된 돼지뼈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선체가 올려진 반잠수식 갑판 위에서 돼지뼈가 발견된 것은 이날 오전 5시경이다. 갑판 위에서 펄 제거 작업을 준비하던 상하이샐비지 직원이 선체 앞부분 조타실 아래쪽에서 뼛조각 9개를 발견했다. 국과수 소속 연구원과 해경 신원확인팀의 확인 결과 이 뼈들은 돼지뼈로 추정됐다. 선체에 실린 식자재 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이준석 선장의 지갑과 여권, 신용카드 등도 추가로 발견됐다. 애초 지갑은 주인을 알 수 없는 물품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지갑에 들어 있던 신용카드가 이 선장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선체로 한걸음에 달려갔던 미수습자 유가족들은 ‘돼지뼈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과수의 설명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부가 처참하게 부서진 세월호를 직접 본 유가족은 참담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세월호 인양·수색 작업을 보기 위해 해수부가 제공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유가족 중 일부는 “선체가 폭탄 맞은 것같이 찢어지고 부서졌다”며 탄식을 쏟아냈고 일부는 차마 세월호를 못 보고 얼굴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밤부터는 유실물을 찾기 위해 세월호가 있던 맹골수도 해저의 수중 수색이 시작됐다.

목포=최혜령 herstory@donga.com·이형주·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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