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독거男 구하기’ 팔걷은 양천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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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혼자 사는 6841가구 전수조사… 생계-주거 지원 ‘나비남 사업’ 실시

서울 양천구에 사는 A 씨(58)는 한때 포장마차를 운영했다. 그러나 빚만 남기고 사업을 접으면서 하루하루가 불안정한 일용근로자로 일했다. 설상가상 교통사고를 당한 뒤 노숙인 생활도 했다. 술을 가까이하면서 건강은 악화됐다. 밥을 안 챙겨 먹다 보니 간경화에 걸릴 확률은 더 높아졌다.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50대 홀몸(독거)가구였다. 양천구는 2월부터 관내 50∼65세의 남자 혼자 사는 6841가구를 전수조사 했다. A 씨의 사정도 이를 통해 알려졌다.

고독사(孤獨死·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죽음에 이르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양천구가 전국 최초로 50대 독거남에 대한 종합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6841가구의 독거남을 대상으로 생계 및 주거, 건강, 일자리 상담 등 6가지 영역을 조사한 결과 구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가구는 404가구(5.9%)다. 이들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자리가 불규칙해 정상적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결혼은 했지만 가족이 해체돼 홀로 사는 50대 남성도 많았다. 경제적 이유로 노숙인으로 전락하거나 가족들로부터 사실상 쫓겨나 원치 않는 1인 가구가 된 사례도 있었다. 조사를 거부한 198가구(2.9%) 중 일부는 채무 관계 때문에 인적 사항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이들 404가구 가운데 고위험군과 중위험군에 속하는 96명은 생계 및 주거(61명·43.3%·이하 중복 응답), 건강(47명·33.3%), 일자리 상담(15명·10.6%), 정신건강(9명·6.4%), 주거 개선(7명·5%), 가족 관계 회복(2명·1.4%)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양천구는 이들 50대 독거남을 돕기 위해 ‘나비남(男)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한다. ‘나비(非)’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건강보험이나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을 체납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반찬을 가져다 주기로 했다. 우울증이나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어두운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LED등을 달아 주고, 재취업 지원도 할 계획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50대 독거 남성은 아직 일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 복지 체계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만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양천구#나비남 사업#독거남#지원#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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