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남 여수 시내버스에 시너로 불을 지른 60대 남성은 치밀하게 방화를 준비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7일 버스에 불을 질러 승객 7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현존자동차방화치상)로 문모 씨(6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을 저지른 직후 경찰에 붙잡혔을 때만 해도 혼잣말로 횡설수설하던 문 씨는 그러나 불을 지른 시내버스에 타기 전까지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경기도 안성에 살던 문 씨는 전날 오후 3시경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인 전남 여수에 도착했다. 오후 3시 반경 여수시 학동 쌍봉파출소 인근 가게에서 노란색 보자기 두 장을 샀고 30분 뒤에는 인근 다른 가게에서 18L들이 시너 두 통을 구입했다. 노란 보자기로는 인화물질이 알려지지 않도록 시너 통을 각각 싸맸다.
문 씨는 보자기에 싼 시너 통 두개를 거리에서 구한 손수레에 싣고 1㎞가량을 걸어 여수시 학동 시청1청사 앞 정류장까지 갔다. 그는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 서너 명 가운데 가장 뒤에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타자마자 운전석 뒤쪽으로 가서는 보자기를 풀고 통의 뚜껑을 열어 바닥에 뿌리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불이 화염과 연기를 내뿜는 순간 버스기사 임모 씨(49)는 “대피하세요”라고 침착하게 외치면서 버스 앞뒤의 문을 열었다. 승객 40여명은 대부분 뒷문을 통해 서두르지 않고 탈출했고 일부는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버스에서 탈출한 여고생이 승강장 옆 여수시청 교통과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고 남모 씨를 비롯한 직원 4명은 소화기 5개와 옥내소화전을 이용해 초동 진화작업을 벌였다. 버스기사 임 씨는 앞문으로 달아나던 문 씨를 10여m 따라가 붙잡아 출동한 경찰에 넘겼다.
자칫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 경상자 7명만 낸 채 마무리 된 데에는 이 같은 버스기사, 시민, 공무원의 차분한 대응의 힘이 컸다. 화상을 입은 사람은 오직 피의자 문 씨뿐이었다. 문 씨는 불을 붙이면서 손과 발에 화상을 입었다.
문 씨는 경찰조사에서 “여수 한 동네에 있던 땅 보상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방화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문 씨가 방화로 인해 승객들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씨는 전과 10범으로 모두 18년간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남 여수소방서는 버스기사 임 씨를 비롯해 승객 등 4명에 대해 인명피해를 막은 공로를 인정해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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