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단호해진 울산시장… 대선 몸풀기?

  • 동아일보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김기현 울산시장(58)의 언행은 늘 신중하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대변인과 정책위의장 시절 보여준 기민한 브리핑과 현안 설명 모습은 울산시장이 된 이후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잠룡(潛龍)’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 리더는 불통을 소통으로, 불공정을 공정으로, 분열을 통합 사회로 이끌어야 하며 그 적임자가 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게 대권 출마 의사를 가장 적극 표현한 것으로 꼽힐 정도다.

 이런 김 시장이 최근 현안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18일 오후 7시경 울산의 한 식당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일 때 김 시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에 ‘미국 내 일자리 우선과 미국 이익 우선’을 내세우자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물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최순실 씨 지원을 대통령이 요구하는데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이기에 이 말의 무게감은 더했고 10여 시간 뒤인 다음 날 새벽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논란이 거듭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명료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과거 수백 년간 중국의 ‘속국’으로 살아왔다. 중국의 압박으로 경제가 다소 어려워지는 한이 있어도 안보는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에 (사드는)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고 했다. “전국을 돌면서 항상 양복에 넥타이, 외투에 목도리를 갖추는 등 정통 외교 관료 의상을 입고 있다. 상황에 따라 의상을 달리해야 할 텐데 이를 챙겨 줄 참모 진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인사에 대해 징계를 내린 직후에는 “인적 쇄신뿐 아니라 정책과 비전도 쇄신해 경제민주화와 분배, 개혁 방안을 국민들께 제시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시장의 단호해진 최근 모습에서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김 시장이 ‘50대 기수론의 선봉’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여러 대선 주자 가운데 한 사람’에 그칠까. 서서히 달아오르는 대선 정국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흥미진진하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김기현 울산시장#잠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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