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우산은 소모품 아닌 패션 아이템”… 매출 90억 우산 전문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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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서림유앤지

부산에 본사를 둔 서림유앤지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 직원들이 우산과 양산을 생산하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서림유앤지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 직원들이 우산과 양산을 생산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에 본사를 둔 향토기업 ㈜서림유앤지는 20년 역사를 가진 부산 유일의 우산 전문 업체다. 서림유앤지 안영수 대표(55)는 20대 중반 서울의 한 우산 판매 업체에서 영업 관리를 맡으며 우산과 인연을 맺었다. 안 대표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빨리 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고교 졸업으로 학력을 속인 채 입사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30대 초반이던 1993년 부산 해운대에 서림교역이라는 회사를 세워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대구의 한 공장에서 만든 우산을 팔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 우산 생산의 ‘메카’는 대구였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과 원자재료 인상 등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중국행(行)을 택했다.

 그는 1998년 중국 한 제조업체와 합작해 광둥(廣東) 성 허위안(河源)에 공장을 세웠다. 이때 동래구로 본사를 옮기면서 사명도 서림유앤지로 바꿨다. 한국에서는 영업, 제품 개발, 디자인을, 중국 공장에서는 제품 생산을 맡고 있다. 중국 공장을 포함해 직원은 120명.

 서림유앤지는 메가마트, 탑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전국 대형 마트와 GS25, CU(옛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에 주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요즘에는 온라인 주문도 많다. 안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유명 백화점 3곳에 납품을 했지만 편의점에 비해 납품 단가가 비싸 발을 뺐다”며 “이미지 때문에 백화점 납품을 고집하다 쓰러진 경쟁 업체가 많았기에 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서림유앤지 직원들이 부산 동래구 본사에서 제품 및 디자인 개발회의를 하고 있다. 서림유앤지 제공
서림유앤지 직원들이 부산 동래구 본사에서 제품 및 디자인 개발회의를 하고 있다. 서림유앤지 제공
 서림유앤지는 지난해 91억6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우산, 양산의 비중이 93%다. 불황에도 매년 3억, 4억 원 정도 매출액이 늘고 있다. 안 대표는 “매출 욕심에 품목을 늘리는 등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은 없다”며 “오직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림유앤지는 원가가 높더라도 대만의 세계 1위 우산 원단 기업 ‘포모사’의 재료만을 고집한다. 강한 바람에도 휘거나 부러지지 않도록 살대는 탄력성 높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을 쓴다. 손잡이는 건조 목재를 써 우산 무게도 줄였다.

 지난해에는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접었을 때 빗물이 떨어지지 않는 ‘거꾸로 접는 우산’을 개발해 특허를 3개 신청했다. 브랜드는 해외 업체에 로열티를 주고 빌려 쓴다. 이탈리아 ‘란체티’, 미국 ‘탠디’와 ‘키스 해링’이 서림유앤지의 브랜드다.

 안 대표는 “고객과 바이어가 다시 찾는 제품을 만드는 게 경영 목표”라며 “20년 넘게 거래를 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고 자랑했다. 기술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기념품을 많이 주문하고 있다. 그는 “우산은 일회성 소모품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품질과 디자인이 최고라는 평가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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