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오스트리아가 16세, 한국이 19세 이상인 상황을 제외하면 나머지 32개의 모든 나라가 18세 이상의 연령에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선거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내리자는 것은 참정권을 확대하여 대의민주주의의 정당성을 강화한다는 데 방점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의 부작용도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18세 이상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우리와 다른 요소가 많다. 다양한 학기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대부분의 고교 학령대가 18세 정도에서 종료된다는 점에서, 고3 나이대인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더욱이 선진국은 국어 영어 수학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우리와 달리, 중등교육에서부터 사회의 다양한 현장과 이슈를 배우기 위한 과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교육을 통한 청소년의 정치사회화를 강화하는 과목 이수가 비교적 많다는 말이다.
20세에서 18세로 낮춘 일본은 새 학년이 출발하는 학기가 3월에 시작하는 우리보다 늦어, 상대적으로 18세인 고등학교 3학년 비율이 우리보다 다소 낮다. 그 외에 문화적 배경이 유사한 동양의 여러 나라가 19세 이상, 대만은 20세 이상을 채택하고 있다. 각국마다 문화와 교육적 배경이 다른 만큼, 외국의 사례가 인하의 전제가 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
18세는 근로청소년 등 10% 정도의 ‘학교 밖 연령대’를 빼면 대부분 고3인 시기다. 국회의원 총선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각각 격년으로 4월에, 대통령선거는 12월에 한다. 고3을 포함한 고등학교 재학생들은 그즈음에 수행평가나 중간고사, 수능을 치른다. 고등학교가 선거운동의 장(場)이 돼서는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거연령 하향 조정은 교사의 일방적 이념 주입, 고3 학생의 미성숙한 선거의식, 감성적 판단에서의 선거 참여와 같은 반대 요인을 넘어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유지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연령적 제한 취지보다는 공부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이란 측면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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