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실상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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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 심의결과 최종 부결… 위원 10명 전원 “환경 악영향 커”
양양군 “뜻밖 결정 이해할수 없어”

 환경훼손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결국 마지막 관문에서 제동이 걸렸다.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국립공원의 오색케이블카 추진 계획을 부결하면서 사실상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은 무산 수순을 밟게 됐다.

 28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양양군이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안을 심의한 결과, 최종 부결처리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는 오색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산양 서식지와 천연보호구역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며 심의위원 10명 전원이 안건 부결 의견을 냈다. 문화재위원회 심의위원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돼 정부 입장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앞서 지난해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케이블카 시범사업 계획서를 조건부 승인 결정한 이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착공으로 이어지는 수순이었다. 문화재현상변경안 심의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확정하는 마지막 법적 절차인 것. 설악산은 국립공원이면서 동시에 산양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동식물 보존이 우수해 문화재로 인정받는 ‘천연보호구역’이다. 이 때문에 케이블카처럼 규모가 큰 개발사업은 문화재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 심의에 앞서 문화재위원회는 천연기념물인 산양 서식지 및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설치예정지였던 설악산 내 오색약수터∼끝청(해발 1480km) 3.5km 구간에 모두 56마리의 산양을 확인했다. 이날 문화재위원회 부결로 해당 구간에 대한 케이블카 설치는 결국 추진 근거를 잃게 됐다.

 양양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상상도 못했다. 너무 뜻밖의 결정이다. 산양 문제는 이미 환경부가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 걸러졌는데 문화재위원회가 이를 뒤집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산양 서식지 파괴 논란 끝에 그간 무산됐으나, 이번 정부 들어 입장이 급변해 추진됐다. 양양군은 29일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구간 외에 인근 지역이 모두 산양 서식지와 환경 파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변경된 설계안을 제출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문화재청은 양양군이 변경된 설계안을 가져오면 재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현석 lhs@donga.com /양양=이인모 기자
#설악산#케이블카#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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