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대신 손편지로 감사 전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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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에 ‘마음의 선물’ 늘어

2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손님들이 각양각색의 연하장을 고르고 있다. 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이번 연말연시에는 선물 대신 마음을 담은 카드나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손님들이 각양각색의 연하장을 고르고 있다. 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이번 연말연시에는 선물 대신 마음을 담은 카드나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 해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학생 성예은 씨(25·여)가 최근 교수님께 보낸 손편지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평소 지인들에게는 종종 편지를 쓰지만 교수님께 장문의 편지를 쓰긴 처음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간단히 안부를 묻는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예전엔 책이나 초콜릿, 와인 등 선물을 꼭 챙겨갔지만 올해는 감사편지로 대신했는데 교수님이 아주 기뻐하셨다”며 활짝 웃었다.



 올 연말에 성 씨처럼 손편지를 전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는 9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의 영향이 크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스러운 선물 대신 손수 쓴 카드와 연하장 등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려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 씨(57)도 얼마 전 교보문고에서 연하장 10여 장을 구입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이 샀다”며 “선물을 주고받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 올해는 특별히 카드로 연말 인사를 하려 한다”고 했다.

 아예 직접 카드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박정준 씨(26)는 “교수님께 선물보다 카드를 드릴 것”이라며 “기왕이면 정성을 표현하고 싶어 직접 카드를 꾸며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카드 만들기에 동참했다. 온라인에 개설된 학부모 카페에는 “초콜릿 하나 드리기도 부담스러워졌지만 직접 만든 카드는 문제없겠죠?” “어린이집에 아무것도 보낼 수 없게 돼 아이와 함께 카드를 만들기로 했어요” 등 관련 질문과 이에 답하는 게시물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성동구 송화어린이집 김가영 원장도 얼마 전 아이들이 만든 크리스마스카드를 여러 장 받았다. 김 원장은 “예전처럼 빵이나 커피 같은 작은 선물은 못 받아도 정성이 담긴 카드를 받으니 마음이 오히려 따뜻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덕분에 카드업체의 매출도 늘었다. 주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크리스마스카드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캐릭터원’의 안미애 실장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엔 하루 400∼500장이 나갔는데 올해는 700∼800장으로 판매량이 늘었다”며 “특히 청탁금지법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5000∼6000원대 중저가 카드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연하장 판매업체인 ‘디비디디자인’ 장동기 대표도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고 개인 고객도 늘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법여울 이철우 변호사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 사용량이 늘면서 실물 카드 구매자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카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카드나 엽서는 청탁금지법에서 말하는 ‘되팔 수 있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기에 부담 없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김영란법#청탁금지법#손편지#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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