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공공기관 “脫전주”가속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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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면 완주군청 주변-삼봉시로 이전… 독자적 지자체 면모 갖춰 市승격 추진
“전주시와 통합 물 건너갔다” 지배적

 전북 전주시에 있던 완주군 공공기관과 유관 기관들이 하나 둘 완주로 떠나고 있다. 전주와 완주를 함께 관할하던 조직을 완주만을 관할하는 조직으로 따로 떼어 독립하거나 수십 년 동안 전주 시내에 있던 완주군 공공기관들이 용진면 완주군청 주변이나 신설되는 삼봉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도시건설과 대기업 이전으로 전북 도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주민과 세금이 늘어나는 완주군이 전주시와의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독자적 지방자치단체로서 면모를 갖추어 가면서 전주 완주 통합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완주군은 독자적 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가 15만 명을 넘거나 2만5000명 이상인 읍이 2개 이상이면 시 승격이 가능하다.

 완주군은 전주시를 도넛 형태로 둘러싸고 있고 일제강점기에 분리되기 전까지는 한 자치단체였다. 이 때문에 소방서와 세무서 등은 전주에서 완주까지 관할했고 완주교육지원청 등 완주군만을 관할하는 공공기관도 사무실이 전주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은 완주에도 법원을 신설토록 하는 내용의 가칭 ‘완주군 법원’ 설립에 관한 법원 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완주는 전주 생활권이어서 별도의 지원 또는 법원이 없다.

 안 의원은 “완주군청이 전주에서 완주로 이전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완주 군민들은 여전히 전주지법을 이용하면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라며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군민들이 전주가 아닌 완주에서 사법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가칭 ‘완주군소방서’도 신설된다. 전북소방본부는 2019년 봄 개소를 목표로 96억 원을 들여 완주 삼봉지구에 소방서를 신설키로 했다. 그동안 완주군 봉동 삼례읍은 전주덕진소방서에서, 이서 구이면은 전주완산소방서에서 관할해 왔다. 이선재 전북소방본부장은 “삼례, 봉동, 이서 지역이 빠르게 도시화되면서 소방은 물론 구조구급 수요도 커져 전주권에서 분리된 소방서를 신설키로 했다”라고 말했다.

 완주교육지원청도 전주에서 완주로 이전한다. 2019년 9월 신축 이전을 목표로 약 136억 원이 투입된다. 이전 예정지는 용진면 완주군청 주변이 꼽힌다. 전주 시내에 있는 국토정보공사 완주지사와 완주군 산림조합도 완주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전주완주지부도 분리 이전이 거론되고 있다. ‘한 지붕 두 살림’을 해 온 전주지부와 완주지부를 분리해 이전하는 방식이다. 전주에 있는 완주군선거관리위원회와 전주세무서에서 분리된 가칭 ‘완주세무서’ 신설도 추진 중이다. 완주군은 이 밖에도 여러 공공기관을 완주로 이전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지자체로서 제대로 된 면모를 갖추려면 전주와 독립적으로 가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라며 “완주에 없는 기관은 새로 설립하고 전주에 있는 기관은 완주로 옮겨 군민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주군은 이서면 일대에 전북혁신도시가 건설되고 봉동읍 완주산업단지, 과학연구단지에 현대자동차 상용차공장, KCC, LS엠트론, 한솔케미칼 등이 입주하면서 주민과 세수가 급증하고 있다. 11월 말 현재 완주군 인구는 9만5468명으로 김제시(8만7830명)와 남원시(8만4393명)를 뛰어넘었다. 군세 수입도 연 800억 원을 돌파했다.

 원래 한동네였던 완주와 전주는 일제강점기인 1935년 분리됐으나 관공서가 밀집된 전주를 중심으로 ‘한 지붕 두 살림’을 해 왔다. 수차례 통합 논의가 진행됐지만 2013년 6월 혐오시설 이전 등을 우려한 완주 군민의 반대로 주민투표가 부결되면서 통합이 무산됐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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