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연구용역 인건비 6억 빼돌려 딸 유학 보내고 아들 아파트 산 교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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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금오공대 5명 불구속 입건 … 9년간 대학원생 등 20여명 피해

 제자들의 인건비를 빼돌려 딸의 학자금으로 쓴 교수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31일 연구 용역 지원금 가운데 대학원생에게 줘야 할 인건비를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국립 금오공대 환경공학과 이모 교수(63)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금오공대에서는 2년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등으로부터 수주한 각종 연구 용역 지원금 가운데 대학원생이나 연구보조원 20여 명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 6억5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교수 등은 학생의 은행 계좌로 인건비가 들어오면 이를 돌려받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리 대표 등이 계좌를 관리했고 매월 통장에 입금된 인건비 수십만∼200여만 원을 현금으로 찾아 교수들에게 전달했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의 인건비가 어떻게 쓰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일부 학생만 생활비 정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지도교수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학생들이 오랫동안 침묵했지만 한 학생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공학과 이 교수는 9년여 동안 4억여 원을 챙겼고 이 돈을 학기당 1800만 원이 드는 딸의 미국 유학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직 교수로 일하던 2명은 이 교수의 인건비 횡령을 도운 혐의로 입건됐다. 토목공학과 이모 교수(54)는 대학원생 명의로 아파트를 매입해 기숙사로 활용하다가 해당 학생이 졸업한 뒤 아들 명의로 변경한 사실이 적발됐다. 같은 학과 박모 교수(63)는 횡령한 돈을 벤처기업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수들이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지만 일부는 장학금 등으로 돌려줬다고 변명했다”고 전했다.

 금오공대는 2014년에도 교수 7명이 제자나 아내를 조교로 등록한 뒤 수당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불구속 입건돼 곤욕을 치렀다.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금오공대#교수#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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