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기부 줄잇는 가톨릭대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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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사업가 등 억대 장학금 쾌척
재학생들도 성적우수 장학금 양보… 어려운 친구와 ‘나눔의 가치’ 실천

가톨릭대 졸업생 이상진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20일 박영식 총장에게 장학기금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 씨는 3차례에 걸쳐 모두 2억4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가톨릭대 제공
가톨릭대 졸업생 이상진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20일 박영식 총장에게 장학기금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 씨는 3차례에 걸쳐 모두 2억4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가톨릭대 제공
 “경제적인 이유로 배움의 끈을 놓는 학생들을 보면 늘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달 20일 환갑을 넘긴 한 여성이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를 방문해 박영식 총장을 만났다. 올 2월 이 대학 국사학과를 늦깎이로 졸업한 이상진 씨(63)다. 이 자리에서 이 씨는 박 총장에게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과 후배들을 위해 써 달라”며 장학금 1억 원을 내놓았다. 앞서 이 씨는 2014년 8월 5400만 원, 이듬해 3월에도 5000만 원을 각각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2012년 이 대학에 들어와 만학도가 된 그는 자식뻘인 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늘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신입생들이 먼저 이 씨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공부를 함께 하며 도와 줘 별다른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대학 생활을 했다. 교수들도 세심하게 배려해 이 씨는 늦은 나이에도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동료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생활 형편이 어려워 고된 아르바이트로 학업을 이어 가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 이 씨는 따뜻하게 보살펴 준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업주부로 두 딸을 키우면서 그동안 알뜰하게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결심했다.

 가톨릭대는 이 씨의 뜻에 따라 2014년 2학기부터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 씨는 “젊었을 때 겪는 가난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지만 잘 이겨 내면 자신을 성장시키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라며 “학생들이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 내고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9월 모자를 만드는 기업인 ㈜유풍을 운영하는 조병우 회장(75)이 ‘재학생들의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써 달라’며 매년 1억 원씩 10억 원을 기부하는 약정서를 박 총장에게 전달했다. 가톨릭 신자인 조 회장은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있는 무한 경쟁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올바른 삶의 가치에 눈을 뜨고 공동체를 위해 나누고 베푸는 기쁨을 체험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1974년 기업을 설립해 운영해 온 조 회장은 그동안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20여 곳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보살피는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해 왔다.

 가톨릭대 재학생들은 자신보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양보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9월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예정이던 김태열 씨(23·법학4) 등 7명이 “가난한 친구들을 지원해 달라”라며 학교에 내놓았다. 김 씨는 이전에도 2차례나 장학금을 양보하는 등 이 대학은 2009년부터 재학생 103명이 장학금을 기부해 왔다.

 박 총장은 “나눔의 가치를 실천한 기부자들의 뜻이 학생들에게 전달돼 학업에 정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가톨릭대학교#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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