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볼라드에 유모차 다니기 힘들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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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간격 제각각… 되레 보행 방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거리에 볼라드가 줄지어 설치돼 있다. 주로 차량 주정차를 막으려고 설치하지만 덩달아 보행자의 불편도 늘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거리에 볼라드가 줄지어 설치돼 있다. 주로 차량 주정차를 막으려고 설치하지만 덩달아 보행자의 불편도 늘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32만5000개.

 전국에 설치된 볼라드(bollard·차량 통행을 막는 말뚝) 개수다. 볼라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및 차량 진출입로 주변에 설치하는 시설이다. 최근 지역마다 ‘차 없는 거리’ 조성이 늘어나면서 교통약자 보호를 목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제멋대로 설치된 볼라드가 오히려 보행자를 괴롭히고 사고까지 유발하고 있다.

 3일 서울 서초구 지하철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까지 약 1.2km 구간을 직접 걸었다. 건널목이 있는 코너마다 볼라드가 빼곡히 설치돼 있었다. 나란히 자리한 5∼7층짜리 건물 앞에는 평균 4, 5개의 볼라드가 있었다. 유모차를 밀던 엄마들은 별수 없이 볼라드를 피해 걸어다녔다. 이 구간 좌우 보행로에 설치된 볼라드는 291개나 됐다.

 볼라드는 충격 흡수를 위해 탄성이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높이는 80∼100cm, 지름은 10∼20cm에 간격은 1.5m 안팎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건물주들이 설치하는 볼라드는 같은 지역인데도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다. 아이들이 뛰놀다가 높이가 낮은 볼라드에 자주 부딪히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는 볼라드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볼라드가 없으면 보도에 불법으로 주정차한 뒤 짐을 내리는 차량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볼라드 설치 방식의 개선을 주문했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설치가 이뤄지면 보행자까지 더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석(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턱)이 있는 곳은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데 이런 곳까지 구분 없이 설치한 곳이 있다”며 “약 1.5m인 차량 폭을 감안해 볼라드 설치 간격을 조정하면 교통약자도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초구#볼라드#유모차#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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