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만에 ‘중간평가’ 받는 인하대 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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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사업 등 잇달아 고배 마시고, 대학 구성원 갈등으로 리더십 논란
최순자 총장 내년 1월 재단서 점검

26일 인하대 총장실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주영광 총학생회장. 그는 “대학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하대 총학생회 제공
26일 인하대 총장실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주영광 총학생회장. 그는 “대학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하대 총학생회 제공
 2015년 3월 취임한 인하대 최순자 총장이 내년 1월 정석인하학원(이사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중간 평가’를 받는다.

 인하대 첫 동문 여성 총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 총장은 자신이 공언하던 산업연계교육 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사업과 학부 교육 선도대학 육성 사업(에이스)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또 송도캠퍼스 용지 매입 과정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대학 구성원들과의 갈등으로 인하대와 한진그룹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7일 인하대와 정석인하학원에 따르면 최 총장의 중간 평가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자질과 역량, 리더십에 논란이 있는 최 총장이 남은 2년 임기 동안 ‘인하호’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재단이 점검하는 것 아니겠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최 총장의 리더십 논란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인하대 총장실 앞에서는 인하대 총학생회가 무려 82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인하대 총학생회가 1인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최 총장의 독단적인 대학 운영을 멈춰 달라’는 단순한 요구다.

 최 총장의 일방적인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해 18일간 단식투쟁을 하다, 병원에 입원했던 주영광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최 총장의 독선적인 대학 운영으로 인해 인하대를 걱정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장에게 송도캠퍼스, 구조조정, 교육환경과 학사제도 문제를 학생과 논의하도록 합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총장은 ‘나는 합의문 안 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학생들하고 합의는 안 한다’ ‘제발 좀 따지지 마라. 나는 따지는 사람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와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해 인하대의 앞날을 걱정하는 교직원이 늘고 있다.

 최 총장은 프라임 사업에서 탈락한 후 이준식 교육부 장관에게 친필 항의서한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프라임 사업에서 인하대가 떨어진 것에 항의하는 서한으로 교육부 직원들이 곤혹스러워했다.

 최 총장은 “심사위원과 평가 점수 등 프라임 사업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고 이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인하대 A 교수는 “총장이 교육부 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 일은 경솔했다. 향후 교육부와의 관계도 있는데 교수와 직원들이 많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 문제에서도 최 총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강행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됐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송도캠퍼스 부지 매입 문제가 자칫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 총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합작 연구소를 송도캠퍼스에 짓겠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혔지만 이들 회사는 “전혀 논의된 바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빈축을 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인천대는 바이오경영학과를 신설하는 등 바이오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인하대는 시대 변화를 잘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총장은 취임 후 소통을 강조했지만 일방적인 대화와 지시, 폭언으로 대학 구성원과 잇달아 갈등을 빚어왔다. 자신이 임명한 부총장 2명과 대외협력처장이 몇 개월 만에 총장의 일방적인 대학 운영에 반발해 사퇴했다.

 4월 졸업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박사과정 대학원생과 온라인에서 설전을 벌여 전국적인 이슈도 만들었다. 이 대학원생의 박사학위를 대학원학위위원회에서 제대로 평가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밝히면서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인하대 관계자는 “최 총장이 총장 선출 과정에서 스스로 중간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 절차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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