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규모 5.8 지진 체험 시민 “15층 아파트가 휘청휘청…멘탈 붕괴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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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13일 1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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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을 겪은 한 시민은 13일 “시내의 큰 유리창이 깨져서 떨어지고 길의 어항이 흔들려 물과 고기가 튀어나왔다. 집에 있는 물건은 다 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경주 시민 최부해 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저희 집은 15층 아파트인데 많이 흔들렸다. 처음 진도 5.1 지진이 났을 때는 맨발로 뛰쳐내려가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놀라서 놀이터에 모여 있다가 ‘이제 괜찮을 거다’하며 올라갔다. 그런데 조금 뒤에 또 5.8 너무 큰 게 온 것이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도 타면 안 된다며 전부 ‘멘탈 붕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사진=채널A
사진=채널A
12일 오후 8시 32분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내남면 부지리 화곡저수지 부근)에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오후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5.1 지진이 왔을 때 바로 느꼈다”며 여진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못 느꼈는데 새벽에 진도 3이 일어나서 그때는 2번 느꼈다”고 했다. 이날 밤 12시까지 규모 2.0∼3.0의 여진이 90여 차례나 이어졌다.

최 씨는 현재 평지인 친척 농장에 피신해 있다고 했다. 그는 “5.8 지진 후 시에서 방송이 나왔다. 여진이 더 있을 수 있으니 집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해 사람들이 다 나왔다. 아파트 밑 주차장에 있던 사람들도 전부 공원이나 큰 데로 나오라고 해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몰렸다”고 전했다.

또 “집사람은 너무 놀라서 토사를 해 정신없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다시 데려가 봐야 할 것 같다”며 “(일시적)공황장애 상태”라고 했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공학과 홍태경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이번 지진에 대해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것이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라며 “한반도 내 음력에 커다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당시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에 한반도가 아직 영향을 받고 있는 상태이며, 향후 또 다른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당시 동일본 대지진 때 한반도는 동쪽에서는 5cm, 서쪽에서는 2cm 정도 끌려갔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라 그 후로 한 1000일 동안 지속적으로 한반도가 계속 끌려갔다. 한반도에서는 굉장히 많은 이동거리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지각에 많은 힘이 추가적으로 누적되거나 불균형 상태가 발생하게 돼 지진 발생 빈도가 급증하는 일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지진이 다소 안정세를 띠다가 올해 들어서 다시 지진이 급증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각 상태가 아직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불균형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향후 이 음력이 풀리지 않은 곳은 또 다른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울산·경주 지역뿐만 아닌 다른 지역에도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지진들이 특정 지역에 집중해서 발생하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그 지역에 쌓였던 힘들이 풀리게 돼 인접 지역에 차례대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이곳이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고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다 보니까 피해가 비교적 작았다. 규모가 5.8 정도 되는 (지진이)만약 지진이 도심지나 인구밀접지에 발생했다면 심한 경우 오래된 건물을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만들어낸다”며 우려했다.

쓰나미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안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이라야 지진 해일을 동반할 수 있다”며 “해안지역 우리나라 동해에서 실제로 지진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런 지진들 가운데 역단층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면 지진 해일을 동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은 국내 지진 관측(1978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한 전 지역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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