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은 메로구이가 ‘왁스·세제 원료’ 기름치?…전국 음식점 등에 22t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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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7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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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름치 구이/동아일보DB
사진=기름치 구이/동아일보DB
왁스와 세제 원료인 심해어 기름치(Oil Fish)를 메로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한 수입업자 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기름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기름치는 설사, 복통, 식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어 2012년 6월 1일부터 국내에서 식용으로 유통이 금지된 어종이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7일 부산 소재 수산물 수입업체 대표 A 씨(52)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A 씨에게 기름치를 공급받아 메로로 둔갑시켜 판매한 도소매업체 7곳의 대표와 음식점 운영자 12명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 9개월 간 국내에서 식용으로 유통이 금지된 기름치를 미국 수출용으로 국내에 반입한 뒤 스테이크를 만들고, 남은 기름치 뱃살 등 부산물 22t(유통원가 8800만 원 상당)을 폐기하지 않고 구이용 메로로 전국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7개 도·소매업체와 12개 음식점에 시중 식당에 유통된 이 기름치 부산물은 생선구이 메뉴의 메로구이로 둔갑해 손님 식탁에 올려졌다. 이들 식당은 메로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유로 기름치를 사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기름치는 ㎏당 가격이 3000원 정도지만 메로는 ㎏당 가격이 2만 원에 가깝다. 구워서 양념을 곁들이면 육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12년 6월 1일부터 거래장부에 약어를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냉동수산물 등으로 표기하는 수법으로 당국의 감시를 피해왔으며, 판매대금은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사용해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관련 첩보를 입수, 잠복과 미행 등을 통해 불법 납품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기름치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염기서열 분석을 거쳐 A 씨가 판매한 수산물이 메로가 아닌 기름치인 것을 확인했다.

기름치는 농어목 갈치꼬리과(Gempylidae)에 속하는 심해 어종으로 뱃살 등에 인체에서 소화되지 않는 기름 성분(왁스 에스테르·wax ester)이 많다.
기름치의 지방 함량은 18∼21%인데, 이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왁스 에스테르 성분은 열을 가해도 독소 성분이 파괴되지 않으며, 섭취 후 30분에서 36시간 사이에 설사, 복통, 식중독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이미 1970년부터 기름치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고, 미국 FDA는 2001년 수입과 판매 금지를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6월 1일부터 시중에서 유통을 금지시켰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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