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대 초반 젊은 나이에…신장-간 모두 기증한 사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6일 16시 12분


간 기증 후 밝은 표정의 조시운 씨.
간 기증 후 밝은 표정의 조시운 씨.
“살아서 나눠줄 수 있는 장기가 더 이상 없네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6월 2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간 기증 수술을 마친 조시운 씨(33)는 또 다시 한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에 밝은 표정을 지었다. 조 씨의 간을 이식받은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생후 6개월이 막 지난 아기였다. 수술 직전 신장에 이어 간까지 기증한다는 조 씨의 말에 조 씨의 건강을 걱정한 주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조 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조 씨는 “나에게 간을 이식받은 아이의 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지만 어린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뿌듯하다”며 “앞으로 내 장기를 이식받고 건강하게 살아갈 아이를 생각하니 저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2013년 신장을 기증해 생면부지인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렸던 조 씨의 장기기증은 이번이 두 번째다. 뇌사 상태 등 숨지기 직전이 아닌 상황에서 기증할 수 있는 간과 신장을 모두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건넨 것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 씨처럼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간과 신장을 모두 기증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수 년 전 갑자기 큰 병을 앓게 된 친구를 보며 장기기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7년 초등학생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조 씨의 친구가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아 혈액투석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당시 조 씨의 친구는 다행히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신장을 이식받고 새 삶을 시작하게 됐다. 다시 활기찬 모습을 되찾은 친구의 모습을 본 조 씨는 그때부터 생명 나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품기 시작했다. 그 후 2012년 11월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한 조 씨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았고 이듬해인 2013년 5월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조 씨는 신장 기증에 이어 간까지 선뜻 기증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라며 짧은 소감을 전했다.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온 조 씨는 “수술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어머니”라며 “장기기증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정동연 기자c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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