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울산시의 옹졸함인가, 울주군의 자만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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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시의 옹졸함일까, 울주군의 자만심일까.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울산 울주군 상북면 신불산(해발 1209m) 자락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원에서 열리는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놓고 울산시와 울주군이 벌이는 샅바싸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21개국에서 출품된 78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 영화제 명칭을 놓고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비생산적인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 영화제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신장열 울주군수와 시사만화가인 박재동 추진위원장, 최선희 프로그래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국 최초의 세계산악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세계 양대 산악영화제인 이탈리아 트렌토 영화제, 캐나다 밴프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산악영화제로 발전시키겠다”며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울산시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울산시청에서 열렸지만 울산시 담당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영화제 명칭을 둘러싼 앙금이 아직 남아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명칭 논란은 3월 김기현 울산시장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참가할 당시 영화제 명칭에서 ‘울주’를 빼면서 촉발됐다. 그러면서 울주군에 ‘울산세계산악영화제’로 명칭 변경을 요청했다. ‘울산’이란 이름이 세계에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어차피 울주군은 울산시에 속한 기초단체여서 영화제에 울산이라는 명칭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그러자 울주군은 발끈했다. 2011년부터 유럽과 남미 등에서 영화제를 홍보하면서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로 알렸는데 영화제를 불과 6개월 앞두고 명칭을 바꾸면 신뢰가 무너져 성공 개최가 불투명해진다는 논리였다. 울주군이 버티자 울산시는 영화제에 지원키로 한 예산 10억 원을 삭감했다. 총 20억 원인 영화제 예산의 절반이 깎여버린 것이다.

신 군수는 “기초단체가 광역단체에 맞설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울산시가 예산을 지원해 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덧붙여 “울주군은 기초단체로는 드물게 예산 1조 원 시대에 접어들어 영화제 사업비 정도는 자체 부담할 능력이 된다”며 울산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언중유골(言中有骨)로 비쳤다.

영화제가 눈앞에 다가왔다. 애를 낳았으면 잘 키워야 한다. 앙금은 앙금이고 초대한 손님에게 부끄럽지 않게 잔치는 잘 치러야 한다. 시시비비는 행사가 끝난 뒤 가려도 늦지 않다. 모처럼 울산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를 볼썽사나운 집안싸움 때문에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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