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120억 유산 상속”…이메일 보내 돈 뜯어낸 미국인 모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13시 52분


코멘트
거액의 유산 상속이나 대규모 기업 투자 등을 미끼로 이메일을 보내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미국인 A 씨(67·여)와 딸 B 씨(46·여)를 구속하고 아직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공범 3명을 추적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모녀 등 일당은 3월 러시아 교포 3세인 김모 씨(32)에게 “귀하의 친척 김OO씨가 귀하 앞으로 120억 원의 유산을 남겼다”는 이메일을 보낸 뒤 변호사 선임과 유산 공증서류 비용 등의 명목으로 최근까지 16차례에 걸쳐 97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사기단이 해킹한 자료 등을 이용해 김 씨의 기본 인적사항을 파악한 뒤 이메일을 보냈기 때문에 김 씨가 쉽게 속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김 씨에게 가짜 미국 영사관 공증서와 아프리카의 한 은행 확인서 등을 보내 안심시켰고 미국 은행의 직원 행세를 하면서 돈을 송금받았다. 이들은 이달 7일 국내에 입국해 김 씨로부터 비용 명목으로 920만 원을 직접 받아 챙기기도 했다.

하지만 A 씨 모녀가 계속 돈을 요구하자 김 씨는 이를 수상하게 여겨 미국 영사관 측에 공증서의 진위 여부를 문의했다. 결과를 확인한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10일 오전 10시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에서 A 씨 모녀를 긴급체포했다. 출국을 불과 3시간 30분 앞둔 상황이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19일 이들을 구속했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에도 한국인을 상대로 한 사기 사건에 가담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 등 3명에게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허위의 이메일을 보내 비용 명목으로 5억 원가량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경찰은 A 씨 일당의 추가 범행에 대해서 파악하는 한편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수사를 통해 공범들을 추적 중이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