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서울대 총장 “신림동 고시촌에 청년창업밸리 만들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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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총장 인터뷰
500억원 규모 창업펀드 만들어 한국판 실리콘밸리 되도록 지원
데이터 지배해야 미래산업 선도… 학문융합 ‘탈경계형 인재’ 키워야
공동체의식 교육에도 힘쓸 것

2014년 7월 취임해 임기 절반을 넘긴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울대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같은 선도대학들이 중심이 돼 빅데이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같은 인물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14년 7월 취임해 임기 절반을 넘긴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울대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같은 선도대학들이 중심이 돼 빅데이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같은 인물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대가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이터사이언스 혁신대학원과 남북의 인문사회부터 의료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통일평화대학원을 2018년 3월 설립한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66)은 9일 동아일보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개교 70주년을 맞는 서울대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7월로 4년 임기의 절반을 넘긴 성 총장은 “이공계는 물론이고 인문사회, 경영,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공 학과를 보유한 종합대학이라는 장점을 살려 4차 산업혁명과 통일 시대를 대비해 서울대만이 할 수 있는 초학제적 대학원 두 곳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를 지배해야 새로운 산업을 지배할 수 있다. 서울대 같은 유수의 대학들이 중심이 돼서 기존의 ‘패스트 팔로어’(새로운 기술을 쫓아가는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인자동차, 딥러닝 기술을 비롯한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한국이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사이언스 혁신대학원은 재학생 200명 규모로 의대, 경영대, 자연대, 인문대, 사회대, 농생대 등 다양한 학과에서 빅데이터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교수들이 연구참여형 수업을 제공하는 독창적인 전문대학원으로 꾸려진다. 기존의 이론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연구에 참여하는 실무형 수업을 제공한다.

성 총장은 “졸업생 중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같은 인물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 타 대학의 빅데이터 관련 석박사 과정은 컴퓨터공학이나 경영학 중심이지만 이 대학원은 다양한 분야를 융합할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와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전문가들을 확보해 놓았다”고 말했다.

기존의 산학협력 교원제도도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 제도는 교수가 안식년 1년 동안 기업체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성 총장은 “1년으로 모자라면 2∼3년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상호협력의 구식 모델이 아니라 학문과 업계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탈경계형 인재’를 배출해야 미국의 구글 같은 회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캠퍼스 밖에는 한국판 실리콘밸리가 조성된다. 서울대는 500억 원 규모의 창업 펀드를 만들어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관악 큐브 청년 창업밸리’를 만든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로 상권이 몰락한 고시촌 일대 건물들을 임차해 창업 카페, 교육 공간, 스타트업 사무실 등을 청년 창업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관악구와 함께 10년 내 1000개 이상의 기술 기반 벤처기업을 만들고 1만5000명 이상의 벤처기업 임직원과 창업 및 취업 희망자가 상주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성 총장은 “예전에는 고시를 통해서 입신양명하려는 청년들이 이곳에 모여들었지만 이제는 창업하려는 청년들이 밤새워 연구하고 토론하며 혈기를 모으는 역동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며 “미국 스탠퍼드대-실리콘밸리, 중국 베이징 칭화대-중관춘(中關村)처럼 서울대의 연구 역량, 기업, 벤처캐피털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문을 여는 통일평화대학원은 공학, 의학, 농학, 경영학, 법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 교육한다. 기존에 단과대별로 ‘헌법·통일법센터’ ‘통일의학센터’ 등을 운영해 온 서울대는 본부 직속인 ‘통일평화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통일평화대학원을 개원한다.

성 총장은 “모든 분야를 아울러 북한 바이러스부터 헌법까지 연구해 인문사회 분야에 중점을 둔 기존 타 대학의 북한학과와는 차별화할 것”이라며 “민족 최대의 숙원사업인 통일을 넘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연구하는 곳으로서 국내 통일 교육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학의 국제화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서울대는 국제사회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성 총장은 “2012년 프로그램 2개로 시작해 올해는 중국 베이징, 스페인 마드리드 등 총 9개 국가에 학부생 368명을 보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성희롱 카톡방, 남혐 및 여혐 문제 등으로 불거지고 있는 서울대 위기론에 대해 성 총장은 “서울대생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대학 교육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동체 의식을 교육해 공공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 내도록 힘쓸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헌법학자인 성 총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형사처벌을 수반하는 법일수록 명확해야 하는데 이 법은 모호하고 현실성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를 시행령으로 엄격하게 집행하다가는 5000만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게 되고 결국 나라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칫 검경의 권력만 강화시키고 권력자의 악의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허용 상한선을 5만 원(식사), 10만 원(선물), 10만 원(경조사비)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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