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은 대부분 서울의 4년제 대학을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른바 ‘인(in) 서울’에 성공했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건 결코 아니다. 중간에 진로를 바꾸거나 졸업을 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특성화된 전문대들은 ‘한 우물’을 파며 우리 산업의 각 분야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해내고 있다. 이 때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로 ‘유턴’ 입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춰 전문대에서 특성화된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이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보고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특성화된 전문대를 소개한다. 》
15일 충남 보령의 아주자동차대 디자인기술동에서 이 학교 자동차디자인전공 2학년 학생들이 점토로 자동차 모형을 만드는 클레이 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모형은 다른 전공 학생들과의 협업을 거쳐 내년 중반 실제로 서킷을 달리는 수제 스포츠카로 탄생할 예정이다. 보령=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15일 충남 보령의 아주자동차대 디자인기술동에서 이 학교 자동차디자인전공 2학년 학생들이 독특한 차량 모양의 클레이 모델링(점토로 자동차 모형을 만드는 것)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클레이 모델은 실제보다 작게 만드는 게 보통이지만 이 작업은 실제 스포츠카 제작을 위한 작업인 만큼 실제 차량 크기로 이뤄졌다. 자동차디자인전공 2학년인 박주영 씨는 “이번 스포츠카는 전투기를 형상화한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있다”며 “양산차를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모양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수제 스포츠카’ 프로젝트는 다른 전공 학생들의 작업이 보태져 내년 중반쯤 실제 스포츠카로 탄생할 예정이다. 자동차디자인전공 학생들이 차량의 겉모양을 만들고 자동차개발전공 학생들이 설계를 하면 모터스포츠전공 학생들이 제작을 하는 등 대학의 모든 전공 학생들이 한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해 스포츠카를 만들어 내는 것. 엔진 제작을 제외하고 설계부터 차량 제작까지 대부분의 공정을 학생들이 협업을 통해 완성한다. 이 학교 관계자는 “2013년에 학생들이 만든 스포츠카는 2014년 CJ슈퍼레이스 등 대회에 참가했고, 서울국제모터쇼에도 초청돼 세계적 명차와 같이 전시되는 등 큰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자동차대학인 아주자동차대는 자동차의 전 분야에 걸친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전문적 직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 전체가 자동차계열 하나로 집중했고, 자동차 관련 전공 7개로 특화했다.
○ 자동차로 선택과 집중
아주자동차대는 2004년 ‘대천대’라는 이름을 현재의 명칭으로 바꾸고 전공과 교육과정을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정비 중심이었던 기존의 자동차과를 벗어나 자동차 산업을 분석하고, 연관 산업 전 분야에서 활동할 전문가 양성을 위한 체제로 재편한 것. 자동차디자인, 자동차개발, 자동차제어 및 진단기술, 자동차튠업제어, 자동차디지털튜닝,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모터스포츠전공 등 7가지다.
국내 최초로 개설된 모터스포츠전공에서는 학생들로 구성된 대학 레이싱팀이 카레이서 출신 교수와 경주차 제작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드라이버, 레이싱 머신을 제작 및 조정하는 미캐닉, 스포츠카를 튜닝하는 튜닝기술자, 경주 대회를 운영하고 진행하는 오피셜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모터스포츠전공 2학년 권태일 씨(22)는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서 선택한 만큼 적성에도 잘 맞고 즐겁다”며 “졸업 이후에도 경주용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동차개발 전공에서는 자동차와 부품의 설계·개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자동차제어 및 진단기술 전공은 첨단화된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등 아주자동차대는 대학 전체를 자동차계열로 집중하면서도 각 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 최고의 자동차 교육시설 갖춰
아주자동차대는 자동차로 특성화한 만큼 자동차 교육과 관련한 시설도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갖추고 있는 1만5450m² 규모의 ‘주행실습장’은 모터스포츠 전공 학생들이 이론과 실기 수업을 하는 데 최적이다. 아주자동차대 출신 모터스포츠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적으로 이런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업체가 자동차의 각종 성능 시험, 임직원 교육 장소로도 활용할 만큼 유용한 시설이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정비기술동도 장점 중 하나다. 정비기술동은 인천 중구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 등을 벤치마킹해 리모델링하면서 모든 실습실에 냉난방 시설이 갖춰 쾌적한 환경에서 실습이 가능하다. 아주자동차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대학원생들의 교육과 실습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문대의 특성상 교육기간이 짧기 때문에 방학 때도 직업 기초교육과 전공 심화교육을 위한 다양한 비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 자격증 특강, 수제 스포츠카 제작 프로젝트 등을 계속 운영해 학생들이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주자동차대는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LINC) 육성사업 등 다양한 정부재정지원 사업을 수주하면서 학생들의 교육·실험실습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재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가 104만 원(2014 회계연도 기준)으로 전국 1위이고, 등록금 대비 교육비 환원율은 225%로 학생들은 자신이 낸 등록금보다 2배 이상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취업자 중 전공분야 취업률은 84.1%에 달했다.
아주자동차대 관계자는 “학생을 채우기 위한 방만한 학과 개설보다 자동차로 특성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인근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 등 전국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직업 역량을 갖추려는 학생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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