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버릇 평생 가도록… 고교 때부터 교육

  • 동아일보

생애주기별 ‘그물망’ 부모교육 도입

범정부 차원의 ‘부모교육’ 대책이 마련된 배경은 충격적인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데다 가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모에 대한 교육 없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영유아 부모 1012명(예비부모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교육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남성이 98.1%, 여성이 96.3%에 이를 만큼 교육 기대 수요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시기별 맞춤 교육 시킨다


올해 말부터 졸업을 앞둔 고교생은 가족의 가치 및 부모 되기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학생은 교양과목을 통해 예비부모 교육을 듣게 된다. 교육부는 올 초 각 대학에 “예비부모 교육에 대한 강좌를 확대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군 장병 대상으로는 정신교육과 국방일보, 국방부 인터넷TV(IPTV)에 올바른 부모 되기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다. 국방부와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국방일보에 나온 부모교육 기사를 바탕으로 군인들이 서로 토론하고 역할극 등을 통해 배울 수 있게 하는 신문활용교육(NIE)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출산기 부모를 위해서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부모교육 과정을 운영하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여성부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교육 프로그램 마련 및 배포를 위한 업무협약을 19일 체결했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 부모가 보육료 및 양육수당을 신청할 때 부모교육 동영상을 먼저 봐야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학교의 학부모 상담주간을 활용해 사춘기 자녀 이해 및 소통법, 학대 방지 등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 백화점 대형마트 등 그물망 부모교육


현재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여성부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복지부 육아종합지원센터, 교육부·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에서 주로 진행된다. 교육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센터 중심이라 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무교육이 아니어서 자녀 양육에 관심이 있는 일부 부모만 듣는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실제로 2014년 부모교육을 받은 인원은 44만6129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문화센터와 연계하고, 직장으로 찾아가는 교육 및 주말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살아가면서 거쳐야 하는 행정적 절차나 의무 이행 시 반드시 교육을 받도록 ‘그물망 부모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매해 한 차례 이상 부모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그렇다면 부모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전문가들은 “강사와 부모가 함께 각자의 고민을 나누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역할극이나 워크숍 등을 통해 현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리타분한 강의 NO, 부모 됨 만끽하는 놀이 YES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어린이집에 모인 아버지 32명은 유아용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강사인 문형욱 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문 씨는 “다섯 살 때 형의 자전거를 타보고 싶었지만 ‘네까짓 게 어떻게 자전거를 타겠어’라는 아버지의 말에 주눅이 들었고 이후 40세가 될 때까지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별 생각 없이 한 말도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아버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3세 된 딸을 둔 정도환 씨(37)는 “강사가 자신의 경험담을 포함해 사례 중심으로 육아 노하우를 알려줘 유용했고 남편, 아버지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며 “특히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교육하면 더 많은 아빠와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선주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는 “교육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부모교육은 절대 그렇게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부모 됨의 즐거움과 행복을 더 잘 느끼게 하고, 자녀와 함께 더 많이 성장하게 도와주는 놀이 같은 형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흥미롭게도 부모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부부관계 개선 및 자존감 회복 방법을 묻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부모교육#아동학대#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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