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사건’ 피의자, 프로파일러 면담…“여성에 피해받는다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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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9일 18시 47분


사진=‘강남역 묻지마 살인’ 피의자/방송화면 캡처
사진=‘강남역 묻지마 살인’ 피의자/방송화면 캡처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피해망상으로 평소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프로파일러 분석이 나왔다.

19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의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약 1시간30분 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 씨(34)에 대한 심리면담을 실시했다.

김 씨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김 씨가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구체적인 사례 없이 피해망상으로 인해 평소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학교 때부터 비공격적인 분열증세가 있었고, 2008년 정신분열 진단을 받은 후 치료 중이었으나 최근 약을 복용하지 않아 증세가 악화되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대상으로 여성을 노린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는 프로파일러 분석과 정신의학 전문가 진단 등을 통해 자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여성 혐오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정신분열증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피의자가 진술하는 여성에 대한 반감이나 피해 망상이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것일 소지가 높다”며 “여성혐오 범행이라고 보기는 현재 다소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프로파일러 면담을 마친 김 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경찰은 김 씨가 카메라 노출 등으로 흥분 상태에 있어 2차 면담은 20일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씨는 사건이 발생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미리 남성용 칸에 들어가있다가 피해자 A 씨(23·여)가 여성용 칸에 들어오자 세면대 쪽으로 나가 밖으로 나오는 A 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이전에 이 건물 1층의 주점에서 열흘여간 종업원으로 일한 적이 있어 익숙하기 때문에 이곳을 범행장소로 선택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김 씨가 평소 클럽 관련 커뮤니티 등에 여성으로부터 무시당했다며 이들에 대한 살의를 드러내는 글을 남겼다는 루머가 퍼진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씨는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자기가 쓴 글이 아니라고 부정했다”며 “자기는 그런 사이트 이름도 모르고 그런 카페에 글을 올릴 줄도 모른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씨가 범행을 저지른 건물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힌 데 대해서는 “3월 말 가출한 이후 강남역 일대 건물 화장실이나 계단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했다”며 “범행 후에도 갈 곳이 없어 평소 잠을 자던 건물에 있다가 아침이 되어 음식점에 일하러 가다 경찰에 검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7분쯤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A 씨의 왼쪽 흉부 등을 칼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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