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택시 이용객 갈수록 주는데… 감차는 ‘감감’

  • 동아일보

도내 택시 2000대 이상 공급 과잉… 2019년까지 1700여 대 감차 계획
보상가 맞지 않아 성과 못거둬

전주역에 가면 기차 도착 시간을 앞두고 100대가 넘는 영업용 택시가 꼬리를 물고 승객을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대기 택시 행렬이 역 광장을 한 바퀴 돌고도 남아 2열로 도로를 메우기도 한다. 기차가 도착하면 잠시 행렬이 줄어들지만 손님을 태우지 못한 택시들은 다음 기차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실정과 승객 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인택시 면허를 무분별하게 남발한 후유증이다. 지역 인구 감소에 자가용 증가와 대중교통 시스템 강화로 택시 이용 승객은 원천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가 퇴직하면서 택시로 몰려드는 은퇴자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택시 운전에는 특별한 기술이나 큰 자본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북 도내에서 영업 중인 택시는 9170여 대(법인 3460대, 개인 5710여 대)다. 전북도는 7000여 대를 적정 대수로 본다. 2000대 이상이 공급 과잉이라는 얘기다.

택시회사는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구조 악화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개인택시 운전사들은 갈수록 수입이 줄면서 택시 감차는 이제 ‘발등의 불’이 됐다. 전북도와 시군도 택시업계의 경영난과 택시 운전사의 수입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택시 줄이기에 나섰지만 보상가가 맞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은 정부의 ‘택시총량제’ 정책에 따라 일정한 보상금(대당 1300만 원)을 지급하고 택시를 줄이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에 반발하는 택시업계와 개인택시 운전사들의 반대로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전북도는 2019년까지 일단 1700여 대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전북 도내에서 택시가 가장 많은 전주시의 경우 현재 3900여 대의 택시가 운행 중인데 이 중 20%를 줄여야 그나마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주시는 2024년까지 780여 대를 줄이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감차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1년 반이 되도록 보상을 통해 감차한 택시는 단 한 대도 없었다.

현재 148대의 택시가 운행 중인 완주군도 2020년까지 70대를 감차하기로 하고 올해 초부터 ‘택시감차추진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그러나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감차 비율과 보상 기준 등을 놓고 견해차가 커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시의 개인택시 면허 거래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섰는데 누가 1300만 원을 받고 면허를 반납하겠느냐”면서 “택시업계도 감차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보상 없이는 대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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