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구 31명 사는 ‘가우도’… 강진군 관광명소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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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가고 싶은 섬’ 사업 첫 결실
5년전 낚시꾼들이 오가는 섬에서 지난해 43만명 찾은 여행지로 변신
해안선에 조성된 생태탐방로 인기… 고령화 어촌마을 성공모델로 주목

전남 강진군 가우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다.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된 가우도는 올 들어 18만3000명이 방문하는 등 강진의 대표 관광지로 부상했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군 가우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다.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된 가우도는 올 들어 18만3000명이 방문하는 등 강진의 대표 관광지로 부상했다. 강진군 제공
전남 강진만에 떠 있는 가우도는 강진군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다. 소의 머리를 닮은 가우도에는 14가구 31명이 살고 있다. 가우도는 섬을 두고 양쪽으로 놓인 출렁다리를 통해 뭍과 연결된다.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출렁다리는 가우도의 명물이다. 출렁다리라고는 해도 다리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걸을 때 주변 바다를 내려다보면 물결이 출렁이는 모양이 마치 걷는 사람이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생태탐방로 ‘함께해(海)길’(2.5km)은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다.

가우도가 전남도의 브랜드 시책인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의 첫 결실을 봤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식당과 카페, 낚시공원 등을 운영해 고령화된 어촌 마을의 새로운 소득사업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첫 결실

가우도는 5년 전만 해도 낚시꾼들이 간간이 오가는 섬이었다. 2011년과 이듬해 출렁다리가 놓이면서 관광객이 조금씩 늘다가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43만2000명이 섬을 찾았다. 이는 강진군 전체 인구(3만9000여 명)의 11배가 넘는 숫자다. 강진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것은 지난해 2월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게 계기가 됐다.

전남도와 강진군, 가우도 주민들은 천혜의 섬에 어떤 옷을 입힐까 고민했다. 대규모 개발 중심이 아닌 섬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개발해 지속 발전 가능한 형태의 섬으로 가꾸기로 했다. 주민들은 올 1월 ‘가우도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7일 1호 사업장으로 ‘마을식당’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냉동 창고를 리모델링한 마을식당은 연면적 180m² 규모의 아담한 2층 건물이다. 강진만이 키운 살진 바지락 초무침, 굴 요리, 갑오징어 먹물찜, 숭어회 등 요리를 선보이고 계절별 로컬푸드도 판매한다.

김용현 가우도 이장(65)은 “인근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 등을 판매하려고 컨설팅업체 조언까지 받았다”며 “수익금의 20%를 마을기금으로 적립하고 나머지 80%는 조합에 출자한 주민들에게 배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6월부터 유료 낚시공원, 8월부터 카페 ‘가우나루’를 강진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기로 했다. 위길복 강진군 관광개발팀장은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이 지금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섬은 전남의 비교 우위 자산

전남에는 유인도 296개, 무인도 1923개 등 총 2219개의 섬이 있다. 전국 섬 3409개의 65%를 차지한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비교 우위 자산인 섬의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가고 싶은 섬’ 가꾸기에 나섰다. 이 지사는 취임 이후 전남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대상 섬뿐만 아니라, 경남 외도, 일본 ‘예술의 섬’ 나오시마(直島), 중국 저우산(舟山) 군도 등 우수 사례들을 둘러보는 등 지금까지 국내외 30개 섬을 방문했다.

이 사업은 2024년까지 2633억 원을 들여 24개 섬을 주민이 살고 싶고, 방문객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꾸는 것이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 여수 낭도, 고흥 연홍도, 강진 가우도, 진도 관매도, 신안 반월·박지도, 완도 소안도·생일도, 보성 장도 등 8개 섬을 대상지로 선정하고 올해부터 해마다 2개 섬을 추가해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가고 싶은 섬 가꾸기 2016년 사업 대상지 2곳을 선정하기 위해 공모한 결과 8개 시군 13개 섬이 응모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사업이 인기를 끈 것은 선정되자마자 관광객이 몰리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는 데다 선정 후 5년간 도비 20억 원을 지원받아 체계적인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가고 싶은 섬의 지향점은 섬을 삶의 터전이자 즐거움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향후 8년 동안 24곳의 가고 싶은 섬을 가꾸게 되면 연간 600만 명인 전남 섬 여행자가 12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가우도#생태탐방#고령화 어촌마을#가고 싶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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