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감축 인문계 대입지도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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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프라임사업’ 고교로 불똥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프라임(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의 여파가 일선 고교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내년부터 이공계 정원이 대폭 늘고 인문사회학과 축소가 불가피해 인문계열 학생들은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현재 고교 3학년에 해당하는 2017학년도 신입생부터 21개 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의 공학계열 정원이 4429명 늘고 인문계열 정원은 2500명이 줄면서 교사와 학생 모두 셈법이 복잡해졌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건국대, 숙명여대, 한양대(ERICA) 등 대부분 각 고교의 우수 학생이 지원할 만한 곳들이다. 상대적으로 대입 문턱이 넓어진 자연계열은 반색하는 반면 인문계열 학생들은 경쟁률 상승 등을 우려하며 뒤숭숭한 표정이다.

사업 선정 대학의 인문계열 정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남녀공학이나 남학교에 비해 인문계열 비중이 큰 여고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여고 교장은 “고3 이과는 4개 반으로 편성했고, 문과반은 9개, 고2는 이과를 한 반 더 늘려 각각 5개 반, 9개 반”이라며 “문과가 이과의 2배인 상황인데 인문사회계 정원이 갑자기 줄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그나마 강남, 서초, 목동지역 고교나 자율형사립고는 수년 전부터 이런 추세에 대응해 이과반을 늘려 왔지만 강북지역 여고 중에는 아직도 문과 대 이과 비율이 약 8 대 2까지 벌어진 곳도 있어 대입 지도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지역 전체 고교의 경우 일반고(198곳)는 문과 비중이 63.9%에 달한다. 반면 자사고(23곳)는 이과가 55.8%로 문과보다 많다.

이공계 확대 추세가 이어지자 일부 인문계열 학생들은 자연계열로 교차지원이 가능한 학과로 진로를 바꾸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2017학년도 입시에서 가톨릭대 자연계열 일부 학과, 고려대 간호대와 컴퓨터학과, 서울대 간호대, 의류학과 등 일부 대학은 인문계열 학생들의 자연계열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당장 내년 입시에 해당하지 않는 현 고1, 고2 학생 중에서도 진로 수정 움직임이 감지된다. 경희대 호텔경영학과에 지원하려는 한 인문계열 수험생은 “경희대가 프라임 사업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문과 축소 추세는 이어질 것 같다”며 “입학 후 엉뚱한 학과랑 통폐합되면 어떡하나 싶어 진로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프라임 사업으로 인한 정원 변화 때문에 진로를 바꾸는 것은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연계열로 교차 지원하는 인문계열 학생은 성적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진로를 변경한 뒤 설령 합격해도 적성에 맞지 않아 도중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반수, 재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불리함을 줄이기 위해 신설 학과나 증원 학과에는 교차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정원감축#인문계#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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