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아버지 잔혹 살해한 40대 패륜남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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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로 가슴 등 10차례 찔러 숨지게… 시신 고무통 유기뒤 이불로 덮어
체포 뒤 “우리 얼굴-이름 밝혀라”


6일 오후 5시경 광주 남구의 한 생활용품점. 문모 씨(47·여)와 그의 남동생(43)은 이곳에서 플라스틱 끈과 청테이프, 본드를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간 문 씨 남매는 이날 오후 11시경 10km가량 떨어진 광주 북구의 아버지(76) 아파트를 찾았다. 집이 빈 것을 확인한 남매는 7일 새벽 한 차례 더 찾았지만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남매가 아버지를 만난 건 어버이날인 8일 오전 8시 10분경. 아버지는 지인 A 씨(75·여)를 만난 뒤 막 귀가하던 길이었다. 아버지를 맞닥뜨린 남매는 준비한 3, 4종의 흉기와 둔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머리와 목 가슴 팔 심지어 성기까지 10여 차례나 찔려 잠시 뒤 숨졌다. 아버지를 끔찍하게 살해한 남매는 시신을 고무대야에 넣고 락스를 뿌린 뒤 이불로 덮었다. 이어 오전 9시 9분 아파트를 빠져나와 광주 남구 원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도주를 위해 이삿짐을 싸고 흉기에 묻은 혈흔을 지웠다.

경찰은 9일 A 씨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신고하자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아파트 안방에서 시신을 발견하고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문 씨 남매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문 씨 남매는 아버지를 향한 극도의 증오심을 표출했다. 문 씨는 2010∼2011년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어머니 간병 문제로 아버지와 다투다 폭행을 당했다며 4차례나 신고한 적이 있다. 또 법원에 아버지의 접근을 막아 달라는 신청도 2차례 했다. 2011년 9월 숨진 어머니 장례식에도 아버지를 부르지 않을 정도였다.

돈 문제도 원인으로 보인다. 남매는 문 씨가 2011년 9월 직장을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으로 5년간 생활했다. 문 씨의 동생은 서울 모 대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최근에는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했다. 동생은 지난달 아버지를 찾아가 “1억 원짜리 아파트를 내게 달라”며 말다툼을 벌였다. 동생은 “아버지는 사람도 아니며 사이코패스다. 어릴 때 많이 때렸고 모멸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가 있는 어머니 명의의 기초수급비를 가로채 여자들을 만나는 데 쓰면서 학대했다”고 덧붙였다. 문 씨 남매는 경찰서에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경찰은 문 씨 남매가 철저하게 살인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범행 직전 해외여행 등을 문의하고 집주인에게 원룸 전세보증금 2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존속살인 혐의로 문 씨 남매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어버이날#아버지#살해#남매#패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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