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독성검사 필요’ 의견에도… “옥시, 돈 아끼려 실험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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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신현우 前대표-연구소관계자 조사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기업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영국 본사가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한국법인이 문제의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에 대한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단서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월 옥시 한국법인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26일 신현우 전 옥시 대표(68) 및 연구소 관계자 소환조사 등을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 영국 본사로부터 원료 성분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실험비용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해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성실험에 관한 국내법의 허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 출시 전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몰랐다고 해도 인체에 해로운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필요했다는 점은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옥시 연구소 등은 제품 출시를 앞둔 2001년 미국 등에 있는 민간 연구소 2곳에 독성실험을 e메일로 의뢰해 모두 ‘실험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팩스로 받았다. 검찰은 옥시가 미국 연구소 등에 독성실험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영국 본사에 보고했지만 본사는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독성 연구는 우리가 세계 제일인데 왜 미국 연구소에 맡기느냐”고 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영국 본사의 이 같은 답이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옥시 글로벌 독성연구소를 통합한 옥시 호주연구소는 독성실험을 맡겨도 좋다는 뜻으로 ‘승인됨(approved)’이라는 자료를 한국 옥시에 보냈다.

옥시는 이번 사건에 영국 본사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레킷벤키저 그룹의 네덜란드법인(레킷벤키저엔브이)이 한국 옥시를 인수한 시점이 2001년 3월이고,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시제품은 인수 전인 2000년 10월부터 판매됐다는 이유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등으로 영국 본사가 인수 이전부터 옥시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 측 연구원이 시제품을 출시하기 전 여러 차례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회사 측에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당시 법적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독성실험을 해야 할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지정돼 독성실험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게 옥시 측의 주장이다. 또 당시 가습기 살균제 시장규모가 20억 원 안팎이었던 점을 들어 회사 측은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 흡입독성 실험을 제한했을 가능성도 있다. 17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은 신 전 대표는 제품 출시 등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일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또 옥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을 쓰기 전인 1995년경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프리벤톨R80)의 흡입독성 실험 등 자문에 응한 독일 M사의 볼프 박사로부터 “새로운 제품에도 독성실험이 필요하다”는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을 대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살균제#독성검사#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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