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2001년 처음으로 제조해 판매하고,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마침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피해자를 위해 기존 50억원의 기금 외에 50억 원을 추가로 출연해 모두 100억원 상당의 피해보상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그동안의 옥시가 진행한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함께 강조해 사과의 진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1일 오후 옥시 측은 홍보실 명의로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안과 관련해 조금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가습기 살균제 관련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논의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옥시는 2014년 환경부 및 환경보전협회(KEPA)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낸 50억 원의 인도적 기금에 더해 향후 50억 원의 기금을 더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옥시 측이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로의 말씀을 드렸고, 어렵고 복잡한 사안의 진상을 파악해 해결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밝히며, 이미 일부 피해자 측과 합의 조정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법원 절차에 성실하게 임했고 상당부분 법원 조정절차를 통해 합의에 이르러 종결됐다”고 주장해 사과의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지 3개월 만인 18일 롯데마트가 첫 사과를 하고, 이어 홈플러스가 사과하는 내용의 발표를 한데 이어 옥시 측이 맨 마지막으로 뒤늦게 사과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3대 업체가 모두 사과를 한 것이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가장 최대 가해자로 꼽힌다. 옥시는 200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PHMG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다. 출시 당시 PHMG 성분의 유독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동물을 상대로 한 흡입독성 실험도 생략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아가 2011년 사망자가 속출하고 PHMG 성분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자, 피해 보상 계획을 밝히기는커녕 “사망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발뺌해왔다. 또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피해를 보상하지만, 법적으로 사망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표현이 담긴 문구가 담긴 조정 각서를 작성해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옥시측이 기자단에 보낸 사과 전문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
(2016년 4월 21일)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 사안과 관련하여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하여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고, 그간 매우 어렵고 복잡한 사안의 진상을 파악하고 동시에 고통 받고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한 해결 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저희는 오랜 동안 제품의 안전 관리 수칙을 준수해온 바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본 건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통감하고 있으며, 피해자 분들께서 원하시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경청하여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통감하고 있으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본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저희가 할 의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저희들은 법원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였고, 상당 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하여 합의에 이르러 종결되었음을 말씀 드립니다. 고통을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적절하고 신속한 해결 방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또한 2014년에 환경부 및 환경보전협회(KEPA)와의 협의를 통해 조건 없이 50억 원의 인도적 기금을 기탁하였습니다만, 이번에 위 기금에 추가로 50억 원을 더 출연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저희는 다른 기업들도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을 잘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저희들도 계속하여 모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협조하며, 가습기 살균제 관련 환자분들과 가족 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논의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저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저희의 회사 정책상 이러한 의혹 관련 행위들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수사에 계속하여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로 고통 받고 계시는 분들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간곡히 드립니다. 저희는 앞으로 지속적인 사건 해결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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