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복덕방-중개사 전면전 치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찰, 중개사協 고발에 업체대표 기소의견 檢송치

공승배 대표
공승배 대표
‘중개수수료 최대 99만 원’을 내걸고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진출한 변호사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혁신 서비스’라는 변호사들의 주장과 ‘일자리 포화 상태인 변호사들의 밥그릇 빼앗기’라는 공인중개사들의 반박이 엇갈리는 가운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45·사법연수원 28기)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은 지난달 25일 공인중개사가 아닌 이들이 부동산 명칭을 쓰고 거래를 중개했다며 공 변호사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양측의 대립은 올 1월 시작됐다. 중견 로펌 ‘현’의 대표 변호사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던 공 변호사가 3명의 변호사와 함께 트러스트부동산을 창업할 때부터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후 트러스트부동산이 지난달 21일 강남구의 한 연립주택 전세 거래를 중개하자 공인중개사협회는 실제 고발 절차에 들어갔다.

트러스트부동산은 부동산 거래 서비스에 진출하면서 ‘합리적 수수료’와 ‘안전한 거래’를 내세웠다. 중개보수는 최대 99만 원만 받는다고 밝혔다. 예컨대 10억 원짜리 집을 사고 팔 때 지금은 공인중개사에게 최대 900만 원(0.9% 기준)의 중개보수를 내야 하지만 트러스트부동산은 99만 원이면 된다는 것.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데도 부동산 가액이 높다고 이에 연동해 수수료를 받는 관행을 깨뜨리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변호사들이 거래에 관여하는 만큼 부동산 중개 과정에서 불거지는 분쟁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인중개사협회는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침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며 경쟁이 격화되자 가격을 무기로 부동산 중개업까지 진출하면 9만 공인중개사의 밥줄이 끊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대립이 우버(차량공유 서비스)와 에어비앤비(숙박공유 사이트)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불거진 택시나 숙박업계와의 갈등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 변호사는 “트러스트부동산은 정보기술(IT)과 변호사의 전문성을 결합한 ‘O2O(Online to Offline)’ 부동산 중개서비스”라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일단 공 변호사가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무소, 부동산 중개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인중개사법 제18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국토교통부도 ‘불법’이란 유권해석을 내렸고, 강남구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리 검토 결과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업무를 맡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해 향후 이 사안은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업계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변호사#복덕방#중개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