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총선 앞 의사협회, 좌클릭 후유증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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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등 반발 野비례 신청… 무산되자 의사들 줄탈당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등 의료정책에 반발해 4·13총선에서 ‘좌(左)클릭’을 시도하던 의료계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비례대표 후보 배출에 실패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 책임을 지겠다며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일괄 제출한 사표를 놓고도 내분이 벌어지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5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상임이사 전원은 지난달 말 추무진 의협 회장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총선을 앞두고 의협 몫의 정당 비례대표 자리를 얻지 못해 책임을 지겠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다. 의협은 24일 대의원총회에서 이들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 총사퇴로 이어진 ‘비례대표 공천 배제 파동’의 단초는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이 더불어민주당에 낸 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신청. 의사들이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집단으로 분류돼 왔던 점에 비춰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강 부회장의 국회 입성을 지원하기 위해 의사 470여 명이 우르르 더민주당에 입당했고 1000여 명이 온라인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진보 진영으로 몰려간 일부 의사의 움직임은 정부의 원격의료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 건강관리서비스 관련 규제 완화, 의료기관의 영리 자(子)법인 허용 등에 강력히 반발해온 의료계가 야당을 선택해 입법을 막고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강 부회장은 비례대표 명단에 들지 못했다. “여성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뒤늦게 투입된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도 국회 입성이 어려운 후순위로 밀려나 버렸다. 그러자 야당에 “뒤통수 맞았다”란 반응 속에 의사들이 다시 탈당하는 ‘역(逆)좌클릭’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에도 의협이 밀었던 의사는 없다. 한나라당 재정위원장 등을 맡아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4전 5기에 도전하는 김철수 양지병원장(18번)이 유일하다. 의협 안팎에선 “더민주당을 기웃거리다 새누리당에 밉보인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의협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과 서운함이 커졌고 현 정부에 맞선 진보정당을 지지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정부가 하반기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일 원격의료 관련법을 저지하고 국회에서 우리 목소리를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며 한숨만 쉬는 모습이다.

20대 국회에선 사상 처음으로 의사보다 약사 출신 국회의원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구 공천을 받은 의사 출신 중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새누리당의 박인숙, 신상진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3명 정도인 반면 약사 출신은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합쳐 최대 5명이 여의도 입성을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 부회장은 “집행부 총사퇴에 동의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그런 그를 향해 영남권 지역 의사들이 “엇박자를 내고 불협화음을 만든 책임을 지라”며 비판하고 나서 대의원총회에서 ‘나 홀로 면직’ 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총선#의사협회#원격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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