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소청대피소 일대에서 발견된 분비나무 집단고사 현상. 드문드문 하얗게 드러난 부분이 고사 된 곳이다.
지리산 돼지령에서 발견된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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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한라산 구상나무 뿐만 아니라 내륙 산림지역서도 보존 가치가 높은 침엽수가 고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분야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이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등 국내 산림생태계의 핵심지역을 조사한 결과 침엽수림에서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고 하얗게 말라가는 고사가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녹색연합은 침엽수 고사 사례를 △지리산국립공원(구상나무) △설악산국립공원(분비나무) △울진삼척산림보호구역(소나무)에서 발견했다. 앞서 제주도 한라산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침엽수 고사가 내륙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색연합은 지리산국립공원서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산 주능선에 이어진 구상나무 군락에서 고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리산에서 침엽수 고사는 주로 해발 1400~1900m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토끼봉 인근은 등산로를 따라 200m 길이로 이어진 구상나무 군락에서 집단 고사가 확인됐다. 이 지역서 키가 5~20m 내외의 구상나무들이 잎이 다 떨어지고 줄기와 가지가 말라서 하얗게 속을 드러난 채로 뒤틀려 있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구상나무가 말라있는 정도로 보아 고사현상이 2013년부터 시작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녹색연합은 설악산에서 지난해 주봉인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에서 분비나무 집단고사를 확인했다. 울진삼척 산림보호구역서는 50개 지역서 보호종인 금강송이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이들 침엽수 고사가 최근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점차 줄어든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침엽수는 상록수로 사계절 충분한 수분공급을 필요로 하는데 강설량과 강수량이 줄어들 경우 급격히 말라간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도 연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70% 수준이었고, 장마 기간에는 전국 평균 강수량이 평년의 73%에 불과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부 지방 강수량은 평년의 60% 미만에 그치면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뭄이 나타났다.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면 침엽수림 고사 현상도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겨울철 적설량과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건조가 심해졌고 침엽수 수분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고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봄·가을철에 2일 이상의 가뭄(상대습도가 30% 미만)이 이어질 경우 침엽수 고사가 진행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산림과학원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020년에는 국내 침엽수의 자생지가 8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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