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포털회원 개인정보 제공, 위법행위 아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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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영장 없이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겨준 인터넷 포털 업체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신속한 범죄 대처 등 공익을 위해 한정된 인적사항만 수사기관에 제공되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0일 차모 씨(36)가 “약관상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고 인적사항을 경찰에 제공했다”며 포털사이트 운영업체인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차 씨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환영장에서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껴안으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한 ‘회피연아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가 유 전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차 씨는 수사과정에서 네이버가 자신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인적사항을 경찰에 넘겨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네이버를 상대로 2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네이버에게 정보제공에 대한 실질적 심사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전담 기구를 갖추고 사안에 따라 정보제공 여부와 범위를 적절히 심사했어야 했다”며 5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네이버가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언제나 예외 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해왔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네이버 같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심사의무를 인정하면 국가나 해당 수사기관의 책임을 사인에게 전가시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포털 업체가 개별 사안을 심사할 경우 오히려 혐의사실 누설이나 별도의 사생활 침해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 “통신자료 제공으로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처 등 중요한 공익을 달성할 수 있지만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한정된 사익의 침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포털 업체들은 2012년 10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심 판결 이후 영장제시 없는 개인정보 제공을 중단하고 있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도 지난해 1월 서울고법에서 비슷한 취지의 배상판결을 받은 뒤 수사기관에 자료 제출을 일부 중단하거나 가입자가 문의하면 개인정보의 수사기관 제공 여부를 알려주고 있다.

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네이버#대법원판결#개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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