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여성 장애인 성차별 극심… 다음 국회선 비례대표 기대 外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살다 보면 사람들한테 자기가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가 많다. 나 역시 나를 ‘소설 쓰고 있는 김미선입니다’라며 내가 하는 일과 내 이름을 분명히 밝히건만 사람들은 나를 ‘목발 짚은 여자’로 기억하며 여성 장애인이란 딱지를 붙여버린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남성 장애인의 취업률이 46.3%인 데 비해 여성 장애인의 취업률은 22.8%에 불과했고, 월평균 임금 또한 남성 장애인이 180만 원인 반면 여성 장애인은 74만 원에 그쳤다. 여성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도 많은 차별을 받으며 빈곤의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여성 장애인은 장애인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복지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여성 장애인은 고위직에 발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 장애인비례대표로조차 선택받지 못했다. 장애인 의회정치 역사 20년 동안 여성 장애인 국회의원은 3명밖에 없다.

올 20대 국회에는 반드시 여성 장애인이 장애인 대표가 돼야 한다. 무조건 여성인 것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능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만한 여성 장애인이어야 한다. 국민의 동정을 유발하지 않고, 세금도 내고, 직업도 있고, 공부도 하며 다른 여성 비례대표들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 여성 장애인을 장애인비례대표로 내세워야 진정 400만 장애인을 대표할 수 있다. 여성 장애인은 장애라는 짐을 하나 더 지고 있어서 세상의 모든 차별과 맞서 싸우고 싶은 정치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김미선 소설가

▼‘이생망’이란 말은 이제 그만▼


요즘 유행하는 표현 가운데 ‘이생망’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준말이다. ‘이생망’ 외에도 현 세대를 풍자하는 ‘고용절벽’ ‘취업빙하기’ ‘헬(hell)조선’ ‘탈(脫)조선’ ‘N포세대’ ‘수저론’ 등 하나같이 우울하고 절망적인 용어 일색이다.

희망이 수그러드는 듯한 시대에 이런 신조어가 탄생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청년들의 허무론적 담론은 본인을 위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올해 첫 졸업생 79명을 배출한 폐교 위기의 한 지방 마이스터고등학교가 100% 취업 성공신화를 썼다는 기사를 접했다. 쇠락해가는 서울의 한 골목에 몇 년 전부터 뜻을 같이하는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패기와 창의적 아이디어로 음식점 등 다양한 점포를 열고 노력해온 결과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고 그 영향으로 주변 점포들까지 덩달아 매출이 오른다고도 한다.

냉소와 자포자기적 용어 ‘이생망’ 대신 ‘이생흥’(‘이번 생은 흥할 것이다’의 준말)을 말하는 청년이 우리 주위에 더욱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두 딸의 장래가 걱정된다. 그러나 조바심이나 걱정 대신 그들을 믿고 마음으로나마 응원의 함성을 힘차게 외칠 것이다.

김은경 서울 동대문구
#여성 장애인#성차별#비례대표#이생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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