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화재로 집 잃은 10대 소녀에 ‘보금자리’ 제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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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풍차 긴급지원’ 대상자 선정… 16평짜리 조립식 주택 4월 완공
자원봉사자가 건축일-집정리 도와

지은 양 가족이 살던 집터. 마당 끝에 있던 창고를 철거하고 16평짜리 조립식으로 4월 초까지 지을 예정이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지은 양 가족이 살던 집터. 마당 끝에 있던 창고를 철거하고 16평짜리 조립식으로 4월 초까지 지을 예정이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지난해 11월 25일 전북 진안군 진안읍 언덕배기 작은 집에 불이 났다.

누전으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번져 집을 송두리째 태웠고 화마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마저 삼켰다. 무허가였던 18평의 작은 집이었지만 부모와 세 딸의 보금자리였다.

“작지만 식구들이 모여 살던 집이 불에 타고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면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어요.” 지은(가명·19) 양은 지금도 그날이 떠오르면서 악몽을 꾸곤 한다.

노동일을 하던 아버지는 2009년부터 심부전증과 간경화를 앓았고 2014년에 받은 양쪽 다리 고관절 수술로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불을 피하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이 나서 인근 빈집에서 우선 살도록 배려해줬다.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턱없이 비좁고, 화장실도 재래식이어서 불편하지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대한적십자에서 긴급생활지원비 50만 원과 난방용 기름을 지원했다.

올 2월 고교를 졸업한 지은 양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로 했다. 집안의 수입이라곤 진안의 한 의료원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어머니의 월급과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였다. 이 가족의 딱한 소식은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에 알려졌다.

적십자사는 이 가족을 ‘희망풍차 긴급지원 하모니’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등 위기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다. 전북에서 2013년에 2가구, 지난해 4가구의 다문화 가정과 취약계층 집을 고쳐줬다.

적십자사는 진안군청과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화마가 휩쓸고 간 지은 양의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보금자리를 짓기로 했다. 적십자사가 2000만 원, 군청에서 1000만 원을 지원해 16평짜리 조립식 주택을 짓기로 했다. 주방과 화장실, 방 한 칸으로 채워질 새 보금자리는 4월 초에 완공될 예정이다. 적십자 봉사회 진안협의회 회원들은 자원봉사로 건축일과 집 정리를 해주기로 했다.

지은 양은 “한동안 절망에 빠져 있었는데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많은 분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워 어려운 사람들에게 맛있고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 적십자사 관계자는 “지은 양의 가족이 하루빨리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가장 긴급한 주거환경개선부터 지원하겠다”면서 “제빵사의 꿈을 갖고 있는 지은 양에게도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적십자사는 ‘희망풍차 긴급지원 하모니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에 처한 이웃들을 발굴해 기초생활, 의료복지, 주거복지, 교육복지 등 4가지 분야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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