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 했더니… ‘정량보다 5% 적게’ 주유기 조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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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330억어치 팔아 13억 부당이득… 수도권 ‘양심불량’ 주유소 18곳 적발
암호 안누르면 정상작동… 단속 피해

주유소 주유기를 조작해 정량보다 3∼5% 적게 주유해 13억 원 상당을 챙긴 일당 36명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유량을 변조하는 프로그램이 이식된 메인보드를 주유기에 설치해 정량에 미달하는 석유 제품 330억 원어치를 불법으로 판매해 부당 이득을 챙긴 주유소 업체 대표 이모 씨(45) 등 4명을 구속하고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경기 인천 충청 지역 18개 주유소에서 일부 주유기에 대당 200여만 원짜리 메인보드를 설치해 범죄를 저질렀다. 이 주유소들은 인근에 있는 다른 주유소보다 평균적으로 L당 40원가량 싼값에 기름을 팔아 소비자를 유혹했다. 18곳 중 가장 많은 부당 수익을 올린 서울 강동구의 한 주유소는 이런 방식으로 하루 약 100만 원 상당의 기름을 정량보다 적게 주유했다. 휘발유 약 45L에 해당하는 6만 원어치(L당 1350원으로 계산)를 한 번에 주유한다면 소비자는 1.8L를 손해 보는 것이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기를 파는 업자들과 주유소의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거래하고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또한 한국석유관리원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변조 프로그램에 미리 지정한 암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주유기가 작동하도록 설정하는 등 지능적 수법을 동원했다.

정량 미달 판매로 적발되는 건수가 2014년 87개 업소에서 지난해 149개 업소로 크게 느는 등 최근 불법 주유가 늘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주유기#조작#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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