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와 역사 아우른 서소문공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중구, 17일 기공식… 2018년 개장

서소문 역사문화 공원 조감도.
서소문 역사문화 공원 조감도.
숭례문에서 약 500m 떨어진 서울 중구 의주로2가 서소문공원(1만7340m²)은 과거 조선시대 서소문 밖 네거리로 불리던 곳이다. 이곳에서는 중형을 저지른 죄인의 참수가 이뤄졌다. 또 실학자와 개혁 사상가, 종교인들이 핍박받던 장소이기도 했다.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면서 수많은 천주교인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순교한 44명은 현재 천주교 성인(聖人) 명부에 올라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들의 순교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4년 12월 서소문공원 안에 순교자 현양탑을 세웠다. 1991년 근처 약현성당에 서소문 순교자 기념관을, 2009년 순교성지 전시관을 지었다. 2014년 8월 16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광화문 시복 미사에 앞서 이곳을 참배하기도 했다.

역사적 종교적 가치가 큰 서소문공원 일대가 역사·문화 공원으로 조성된다. 중구는 2018년까지 서소문공원과 주변 2만1363m²의 땅을 조선 후기 사회 변화상과 종교적 상징성을 담은 공원으로 만든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11년 7월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4년 6월 설계 공모에서 뽑힌 당선작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밑그림이 완성됐다. 국비와 시비 각 230억 원과 137억 원, 중구 93억 원 등 모두 460억 원이 투입된다.

지상에는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33m 높이의 전망 타워와 순교한 천주교인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들어선다. 서울역 인근에 새로 들어설 컨벤션센터의 녹지 축과 연결되는 대형 녹지 공간인 하늘광장도 만들어진다. 또 명동성당을 시작으로 서소문공원∼약현성당∼당고개성지∼절두산성지∼새남터를 잇는 성지순례 코스도 선보인다. 지하는 박물관을 겸한 역사전시장과 순교성지, 순교자 추모 공간 등의 복합 공간으로 조성된다. 중구는 올해 안에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고 2018년 상반기에 공원을 열 예정이다.

17일 오후 서소문공원에선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린다. 그러나 천도교 측은 천주교 중심의 역사·문화공원 조성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1894년 갑오농민혁명을 이끈 동학(천도교) 지도자 전봉준이 이듬해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2대 교주 최시형은 1898년 서소문감옥에서 재판을 받은 뒤 순교했고 농민군을 이끈 김개남은 전북 전주에서 참형된 뒤 머리만 압송돼 이곳에 효수됐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서소문공원은 근현대 역사를 담고 있는 성지”라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천주교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서소문공원#순교#역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