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세계 4대 오일허브’ 만들자”

  • 동아일보

석유제품 생산-공급-중개-거래 등…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 먹거리 창출
울산시 ‘석대법’개정안 통과에 총력

“세계 대부분의 ‘오일허브’에서는 석유의 혼합·제조를 허용하는데 유독 한국만 금지하는 것은 손발을 묶어놓고 육상대회에 내보내는 격입니다.”

오일허브는 석유제품의 생산과 공급, 입·출하, 저장, 부가처리, 중개, 거래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석유 물류의 핵심 거점이다. 미국(걸프 연안)과 유럽(ARA·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안트베르펜), 싱가포르(주룽)가 세계 3대 오일허브로 불린다.

정부는 울산과 전남 여수에 동북아 오일허브를 만들어 한국을 세계 4대 오일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동북아 오일허브를 ‘에너지 분야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석대법에는 혼합에 의한 석유제품 제조는 석유정제업자만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 법에 ‘보세구역 내에서 석유를 거래하거나 석유제품을 혼합·제조해 거래하는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하고 국제석유거래업자는 보세구역 내에서 석유제품의 혼합·제조가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냈다. 여기에 국제 현물과 선물거래소 등을 만들어 석유의 저장과 수출입, 거래가 한자리에서 이뤄질 수 있게 했다.

법 개정안은 2014년 12월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외자원 개발에서 막대한 적자를 본 한국석유공사의 오일허브 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울산을 방문한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홍영표 법안심사소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필요한 블렌딩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없다”며 “하지만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서 막대한 부실을 초래한 석유공사가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울산시는 2월 정기국회에서 석대법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은 2025년까지 울산과 여수에 3660만 배럴 규모의 석유저장시설과 국제석유거래소를 만드는 사업이다. 여수비축기지는 석유공사와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이 참여한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를 설립해 29만1343m²에 탱크 36기를 건설해 2013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울산 오일허브사업은 총 2조 원을 들여 울산신항 일원 90만6000m²에 저장용량 2840만 배럴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석유공사, 에쓰오일과 함께 중국 최대 정유사인 시노펙의 자회사 사이노마트가 참여하고 있다.

동북아 시장에서 한중일 3국의 석유 수요가 아시아의 84%, 세계의 20%를 차지해 일본과 중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오일허브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동북아 오일허브가 완공되면 생산유발효과 4조4647억 원, 임금유발효과 6059억 원, 고용창출 2만2000여 명으로 전망했다. 장수래 울산시 창조경제본부장은 “석대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석유화학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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