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불법체류자가 ‘밀입국’ 지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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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환승입국 등 기획… 검찰, 지원책-조직 추적 나서
보안시스템 뚫은 부부 구속수감… “관광객, 출입금지구역 맘대로 다녀”
전국 지방국제공항도 점검 나서

인천국제공항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밀입국한 중국인 허모 씨(31)와 펑모 씨(31·여) 부부는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던 ‘중국인 불법 체류자’의 지시를 받아 치밀하게 밀입국을 실행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와 인천지검 외사부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현재 국내 밀입국 브로커로 추정되는 이 ‘중국인 불법 체류자’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국내 브로커 역할을 한 중국인 불법 체류자는 당초 허 씨 부부에게 일본에서 인천을 거쳐 베이징으로 가는 티켓을 끊어 환승입국으로 밀입국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밀입국한 뒤에는 택시를 타고 스마트폰 통역서비스를 이용해 충남 천안으로 가달라고 하라고 말한 정황도 검찰이 파악했다. 하지만 이 부부는 인천국제공항의 제지로 환승입국을 하지 못했고, 21일 새벽 시간에 보안검색대를 무단 통과해 밀입국했다. 중국인 불법 체류자는 허 씨 부부에게서 12만 위안을 받고 남편에게는 막노동일을, 부인에게는 식당일을 알선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밀입국과 관련한 국내의 추가 인물이나 조직이 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 등의 수사로 허 씨 부부의 입국 경로도 상세하게 파악되고 있다. 허 씨 부부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현금으로 베이징∼도쿄 나리타(제주 경유), 나리타∼베이징(인천 경유)행 왕복 티켓을 각각 50여만 원에 구입했다. 각각의 비행기 티켓을 따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모두 결제한 것이어서 미리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16일 오전 10시 33분 베이징에서 도쿄 나리타행 대한항공 KE880을 타고 오후 2시 제주도에 도착한 뒤 5시간 후인 오후 7시에 나리타로 가는 KE717편을 타고 오후 9시 30분 일본에 도착했다. 이들은 16일부터 4박 5일간 일본에 머문 뒤 20일 인천을 경유하는 베이징행 비행기를 탔다.

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허 씨 부부는 27일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 수감됐다. 박성규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영장실질심사 후에 “도주할 우려가 있고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다”며 허 씨 부부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선이 취항하는 전국의 지방공항도 보안점검에 나섰다. 김해공항은 부산지방경찰청 공항경찰대가 입국심사대를 연결하는 구조물을 높이라고 권고함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는 등 자체적으로 보안시설과 근무체계 등을 점검하고 나섰다.

지방 국제공항의 허술한 보안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 한 여행사를 운영하는 A 씨는 본보에 “지난해 단체 관광객을 인솔해 출국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관광객이 다시 입국장으로 나오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했다. 2층에서 출국 절차를 마치고 보안구역에 들어갔는데 1층 입국장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공항 직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공항 보안구역에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는 출입문이나 통로가 많은데 이런 곳을 폐쇄하거나 감시하는 보안·검색 요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금천 kchwang@donga.com·조동주 기자
#중국인#불법체류자#밀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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