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 중앙로 ‘차 없는 거리’ 행사 갈등 고조

  • 동아일보

“매출 떨어지고 교통체증만 유발”… 중구, 시민 86% 반대 내세워 반발
대전시 “대안 찾아보자” 말 아껴

지난해 12월 24일 실시한 대전시 중앙로 차없는 거리 행사. 권선택 대전시장과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등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중앙로를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 중구청은 시민 대다수가 차없는 거리 행사를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전시 제공
지난해 12월 24일 실시한 대전시 중앙로 차없는 거리 행사. 권선택 대전시장과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등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중앙로를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 중구청은 시민 대다수가 차없는 거리 행사를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전시 제공
대전시가 지난해부터 원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운영해 왔던 중앙로(대전역∼옛 충남도청 1.4km 구간) ‘차 없는 거리’ 행사를 둘러싸고 대전시와 중구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구가 시민 86%가 반대한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하고 대전시도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한 발짝 물러서 행사의 지속 여부가 주목된다.

○“반대하는 걸 왜 하나” 중구 강력 반대

21일 중구에 따르면 중앙로 일대 상인과 주민, 운수업 종사자 등 5400명을 대상으로 ‘차 없는 거리가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상인 응답자 604명 중 496명(82.1%), 주민 2231명 중 1788명(80.1%)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버스와 택시 등 운수 종사자 25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0%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전 교통의 대동맥을 막는 행사로 인한 교통 체증과 상인 매출 감소, 주민 불편 등은 막대하다”고 말했다. 중구 지역 한 문화계 인사는 “대흥동 대림빌딩에서 대흥동성당까지 이어지는 450m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그동안 끊임없는 문화행사를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는데 중앙로에서 굳이 이중으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민 유모 씨는 최근 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행사 당일 10분 거리인 시내 목적지까지 50분이 소요됐다.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라고 물었다.

○ “만족스러운 대안 찾을 터” 시 유보적 입장

대전시는 중구청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현재 차 없는 거리에 대한 성과 분석이 진행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생각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는 세계적인 트렌드인 보행자 중심의 도시정책 전환과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지난해 4차례 행사에 100만 명 이상 참여했다”며 “다소 불편한 점을 초래했지만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이 연구 중이며 행사장 주변의 상가 매출이 오를 수 있는 방법 또한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권선택 대전시장도 최근 간부회의에서 “원도심 중앙로의 차 없는 거리 운영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의견을 들어 행사의 완성도를 높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최근 여러 관계자를 만나 많은 대화를 하고 합리적 대안 마련에 대한 공감대를 가졌다”며 “시민 누구나 만족하는 원도심 활성화 정책이 되도록 더 발전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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