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어머니가 열 살 남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왔다.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작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히고 싶다고 했다. 아이의 키는 135cm 정도였다. 또래 수준에서 평균 키였다. 하지만 반 친구들에 비해 작아 조바심이 나 주위에 얘기했더니 성장호르몬 주사를 권했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작은 편도 아니고 X선을 통해 성장판 검사를 해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클 가능성이 많아 어머니를 설득해 돌려보냈다.
최근 부모들 사이에서 소위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TV를 켜면 180cm를 훌쩍 넘는 장신의 9등신 모델이 넘쳐난다. 소위 키 작은 남자를 루저(패배자)라고 비하하는 풍조마저 생겨났다. 이제 사람의 키나 외모가 하나의 경쟁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듯 ‘작은 키로 인해 내 아이가 자라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병원을 찾는 부모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성장클리닉들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병적으로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아이를 제외하고 정상적으로 크고 있는 아이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물론 시중에서 사용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제약회사에서 충분한 임상시험과 안정성을 점검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사용승인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2차 부작용 또는 발암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매일 또는 매주 맞는 주사는 아이에게 크나큰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성장 치료에서 원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척추측만증과 휜 다리 등 구조적인 문제나 영양 및 호르몬 결핍 등 원인을 파악한 뒤 그게 맞는 치료를 해주는 게 효과적이다. 아이의 키가 또래보다 작다면 성장클리닉을 방문해 방사선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뼈 나이와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급성장기를 측정해 집중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정상적인 아이는 이러한 급성장기에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영양섭취, 충분한 수면 등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잘 클 수 있다. 아이의 키가 고민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한 뒤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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