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노모 위해 텃밭 우물 파던 40대 효자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7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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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노모의 시골 텃밭에 우물을 파던 40대 남성이 무너진 흙더미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17일 전남 화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경 화순군 춘양면 한 주택 앞 텃밭에서 우물을 파는 작업 중 흙이 무너져 내렸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119구조대는 두 시간 뒤 흙더미 속에서 조모 씨(49)를 발견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조 씨가 16일 오후 1시부터 노모(78)의 텃밭에서 우물을 파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텃밭이 모래흙(마사토)이라 배수가 잘돼 노모가 직접 물을 길어 농작물에 주는 것을 알고 농사용 우물을 파기로 했다. 조 씨가 파던 우물은 3년 전 지하수 관정(管井)작업을 했으나 최근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노모가 ‘고생하지 말라’며 말렸으나 아들(27)과 함께 16일 오후부터 우물 파기에 나섰다.

조 씨가 폭 1m, 깊이 3m정도까지 파던 중 모래흙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조 씨의 아들은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흙구덩이는 폭 5m까지 커졌고 결국 굴삭기가 동원됐다.

경찰 관계자는 “막내인 조 씨가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사는 어머니를 위해 1주일 2, 3회꼴로 시골집을 찾아 각종 일을 챙겼는데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화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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