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12일 낮 12시경 인천 연수경찰서에 이런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연수구의 한 슈퍼마켓 주인. 출동한 경찰은 슈퍼마켓에서 얇은 긴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주인의 말대로 신발은 물론이고 양말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 이날 인천지역의 최저기온은 3.2도였다.
아이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 “집이 어디냐”는 경찰의 질문에 한동안 묵묵부답이던 아이는 “고아원요”라고 말했다. 경찰은 옷을 입히고 먹을 것을 주며 아이를 안심시켰다. 잠시 뒤 아이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A 양은 슈퍼마켓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빌라에 살고 있다. 나이는 11세. 초등학교 5학년 나이지만 키 120cm, 몸무게 16kg으로 4세 아이 평균 몸무게에 불과했다. 2012년 2학년 1학기를 끝으로 학교도 가지 못했다. 2013년 인천 연수구로 이사를 온 뒤에는 집 안에만 갇혀 지냈다.
A 양을 감금한 것은 아버지 B 씨(32). 그는 2년가량 딸을 집에 가둬놓았다. 별다른 직업도 없던 B 씨는 동거녀 C 씨(35)와 함께 하루 종일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에 매달렸다. 딸 양육은 뒷전이었다. 일주일 넘게 식사를 챙겨주지 않는가 하면 A 양이 “배고프다”고 보채면 폭행을 일삼았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A 양이 스스로 집에 남은 음식을 찾아 먹으면 “아무거나 먹는다”며 손발로 때리고 심지어 옷걸이를 걸어두는 행어용 쇠파이프를 들고 폭행했다.
급기야 A 양은 12일 아버지의 눈을 피해 빌라 2층 세탁실에서 가스관을 타고 탈출했다. A 양은 빵이 먹고 싶어 무작정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향했다가 주인의 눈에 띈 것이다. 발견 당시 A 양의 팔과 다리 곳곳에서 멍이 발견됐다. 늑골은 골절된 상태였다. A 양은 경찰에서 “아빠는 먹을 때와 잠잘 때를 빼고 컴퓨터 게임만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양의 탈출 사실을 알아채고 도주한 B 씨와 C 씨를 추적해 검거했다. B 씨는 8년 전 부인과 헤어지고 직업 없이 혼자 딸을 키우며 동거녀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경찰은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두 사람과 동거녀의 친구(36·여)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 양은 현재 아동 보호기관의 지원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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