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새는… 집비둘기라고요? 직박구리입니다

  • 동아일보

까치-참새-박새 순서로 자주 출현… 북한산 야생조류 137종 서식 ‘최다’

8일 아침 서울 서초구 반포미도아파트 감나무에 새 떼가 앉아 지저귀고 있었다. 온몸을 두른 회색빛 깃털 사이 뺨을 수놓은 밤색 얼룩무늬가 인상적인 새. 토종 텃새 ‘직박구리’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파트 경비원 이정래 씨는 “여기서 10년간 근무했는데 항상 저 새(직박구리)와 박새 같은 토종 새 천지라고 할 정도로 새가 많이 날아온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흔한 새는 집비둘기(일명 닭둘기)일까. 일반적 인식과 달리 서울에서 가장 출현 빈도가 높은 새는 직박구리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월 ‘조류 도심유입 위한 서식환경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한 송인주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도심에서 주로 보이는 집비둘기와 달리 직박구리는 도심뿐 아니라 산림, 하천, 아파트단지 등 서울 전 지역에서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새”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 안 야생 조류를 연구한 논문, 보고서 등에 언급된 조류의 출현 건수를 모두 더하는 방식으로 새들의 ‘출현 빈도’를 집계했다. 서울만큼 넓은 지역에서 모든 야생 조류의 개체수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 그 결과 10년간 직박구리가 관찰된 횟수가 총 435회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까치(433회) △참새(431회) △박새(347회) 등 텃새 종이 이었다. 집비둘기는 ‘상위 10%’ 출현 종에는 포함됐지만 멧비둘기나 꿩보다도 출현 횟수가 적었다.

서식지별로는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발견되는 야생 조류가 137종으로 가장 많았다. 북한산에는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 참매(〃 제323호) 등 맹금류도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니, 오리류 등 철새가 많이 찾는 한강에서는 122종이 관찰됐다. 공원 중에서는 월드컵공원(116종)에 20∼70종에 그친 다른 공원들보다 많은 종류의 새가 살고 있었다.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던 월드컵공원 생태 복원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자치구 중에서는 북한산을 끼고 있는 강북구(139종)에 출현 종이 가장 많았다. 천연기념물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등 희귀 새도 43종이나 서울에서 발견됐다.

주목할 만한 건 인구밀집도가 높은 주거지역에서도 주변 환경에 따라 조류 출현 종 수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미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중구 신당동과 서초구 반포미도아파트 일대를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신당동에는 한 종의 새도 없었지만 반포미도아파트에서는 직박구리, 박새 등 6종의 새가 관찰됐다. 송 연구위원은 “야생 조류의 존재 유무는 도시 생물다양성과 건강성을 상징하는 지표”라며 “새가 쉬거나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화단 등 작은 녹지를 조성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많은 새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서울#새#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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