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어째 부산 대기상태 안좋다 했더니…” 유해물질 마구 배출한 선박도장업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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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곳은 대기오염 방지시설 아예 없어… 출입문 열어 놓고 환기하면서 작업
부산 업체 대표 20명 불구속 입건

부산의 선박 부품 업체들이 도장(塗裝)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대기 중에 배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2과는 22일 대기오염물질 정화 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거나 수치 측정을 정확히 실시하지 않은 혐의(대기환경보전법 위반)로 김모 씨(51) 등 선박 부품 도장 업체 대표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환경 측정 업체 대표 최모 씨(55)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혐의는 최근 경찰과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의 합동 단속을 통해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와 사하구 산업단지 일대 도장 업체 11곳은 작업 도중 발생한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시설의 필터나 활성탄이 노후한 상태로 도장 작업을 했다. 한 번의 작업으로 대기오염물질은 160ppm에서 최대 8000ppm까지 배출됐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허용 기준인 40ppm을 최대 200배 초과한 것이다.

또 이 일대 도장 업체 9곳은 아예 대기오염 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았다.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오염 물질 배출이 예상되는 작업을 할 때 정화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업체들은 출입문을 열어 놓고 환기하면서 작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서 한 도장 업체 대표는 “환경오염 수치가 높게 나오면 도장 작업 시설을 보완해야 하고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진술했다.

도장 작업 도중 정화 없이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은 페인트 분진과 총탄화수소(THC) 등으로 인체에 유해하다. 피부 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신경계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뿐만 아니라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

부산 동래구와 연제구에 위치한 대기오염물질 측정 업체 3곳은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잘못된 방식으로 측정하거나 별도 측정 없이 수치를 허위 기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업체는 별도의 확인 점검 없이 허위로 오염물질 수치를 기록했다. 또 밀폐된 공간에서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치가 낮게 기록되기도 했다.

부산은 대기 오염 상태에 따른 사망률이 타 지역보다 높아 이 같은 업체의 점검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가 발주해 진행 중인 ‘부산 미세먼지 발생원별 저감대책’ 용역의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월∼2012년 12월 부산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μg(마이크로그램)씩 증가할 때마다 호흡기 질환에 의한 사망자는 1.18% 증가했다. 같은 조건에서 서울시가 0.34%, 인천시가 0.26%씩 사망자가 증가한 것에 비해 3.5∼4.5배 높은 수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똑같이 증가해도 질병 사망자 증가폭이 타 지역보다 3배 이상 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유해물질#대기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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