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죄 기소’ 첫 여성에 1심 무죄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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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男 진술 신빙성 없다” 배심원 만장일치

국내에서는 처음 여성으로서 남성을 강간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 씨(45)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22일 내연남 A 씨(51)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손발을 묶고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강간미수 및 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 흉기 등 상해)로 기소된 전 씨에게 “배심원단의 의견이 무죄로 전원 일치한 판단을 존중해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틀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재판 결과 남성 5명, 여성 4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 9명 모두 무죄로 평결했다.

전 씨는 내연관계이던 A 씨가 “관계를 정리하자”고 하자 지난해 8월 19일 집으로 불러 “부러진 뼈가 잘 붙게 해 주는 약”이라며 수면제를 먹인 뒤 잠든 A 씨의 손발을 노끈으로 묶고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깨어난 A 씨의 머리를 망치로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도 적용됐다.

전 씨는 재판에서 “A 씨의 동의하에 손발을 묶었고 망치를 휘두른 것도 먼저 폭행을 했기 때문에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전 씨가 내연남이 잠들자 노끈으로 손발을 묶어 성관계를 하려 했으나 깨어난 남성이 밀쳐내서 실패한 것”이라고 맞섰다.

배심원들은 전 씨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A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또 수면제를 먹은 경우 중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데 새벽에 일어나 전 씨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걸 기억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봤다.

키 151cm, 몸무게 44kg의 전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강압적 성행위 장면에 대한 진술이 진행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적장애인인 전 씨는 계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초등학교 중퇴 후 식당에서 일하며 홀로 살았다. 전 씨를 변호한 국선전담변호사는 “구치소에서 ‘남자를 강간하고 울 자격이 있느냐’며 재소자들이 전 씨를 괴롭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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