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인 못살아” 이동전화 가입자, 한국인구보다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6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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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손녀와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요즘 이영신 씨(65·부산 동래구) 일상의 제일 큰 즐거움이다. 최근엔 손녀가 기프티콘(모바일 선물쿠폰)으로 아이스커피 교환권을 보내줘 지인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올 초부터는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하는 법도 배워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 씨는 “40년 전만해도 집에 놓인 ‘백색전화’를 명품가구처럼 귀하게 여겼는데 이젠 어린애도, 여든 넘은 노인도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쓰는 걸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말했다.

국내에 이동전화가 첫선을 보인 건 31년 전. 1984년 3월 한국이동통신이 차량에 장착하는 ‘카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의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당시 카폰 가입비와 단말기 가격이 자동차 1대 가격(약 400만 원)과 맞먹어 첫해 가입자는 2658명에 그쳤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7월 음성통화만 가능한 1세대(1G) 아날로그 방식으로 첫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단말기가 크고 무거워 ‘벽돌 폰’이란 별명을 얻었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도 많았지만 이 휴대전화를 든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15년 늦게 시작됐지만 눈부신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1996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식의 2세대(2G) 이동통신(CDMA)을 상용화하고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이 도입되면서 이동전화는 빠르게 대중화됐다. 1996년 318만 명이던 이동전화 가입자는 1999년 2344만 명으로 3년 만에 7배로 급증해 유전전화 가입자를 넘어섰다. 2003년엔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3세대(3G) 이동통신(WCDMA), 2011년에는 4세대(4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을 각각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통신환경을 마련했다.

2009년 애플 ‘아이폰3G’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이동전화는 ‘손안의 컴퓨터’로 진화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6월 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는 5786만 명으로 한국 인구(5145만 명)보다도 많다. LTE망으로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검색은 물론이고 회사업무, 취미생활, 쇼핑, 금융거래 등이 가능해지면서 ‘모바일 라이프’는 한국인의 일상이 됐고 국내 산업판도도 바꿨다.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8.5%, 국내수출의 27%를 차지했다.

한 세대 만에 세계적 정보통신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이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사물인터넷(IoT) 등의 미래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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