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살충제 음료’ 용의자는 한동네 할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8일 03시 00분


경찰, 긴급체포… 본인은 혐의 부인
집에서 살충제성분 든 빈병 발견

경북 상주시에서 발생한 ‘독극물 사이다’ 사건의 용의자가 붙잡혔다.

상주경찰서는 17일 용의자 A 씨(83·여)를 대구의 딸 집에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경찰은 마을을 찾은 외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판단하고 마을 주민들을 집중 수사했다. A 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4일 오후 2시 40분경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 페트병에 독성이 강해 2012년부터 판매가 금지된 살충제를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이다 페트병에는 자양강장제 뚜껑이 씌워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모르고 사이다를 마신 6명 중 정모 할머니(86)가 숨졌고 한모 할머니(77) 등 4명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태다. A 씨는 사건 당시 마을회관에 피해자들과 함께 있었지만 사이다를 마시지 않아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마를 갈아 넣은 음료를 먹고 와 배가 불러 마을회관에선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 씨는 또 다른 할머니들이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보고도 119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날 마을회관을 지나던 이웃 주민이 한 할머니가 회관 현관을 빠져나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처음에 할머니들이 누워서 쉬는 줄 알았다”고 설명했지만 나중에는 “너무 놀라 경황이 없어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행적에 수상한 점이 있다고 보고 집 주변을 수색하는 등 계속 조사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당일 마을회관에 자신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고 했지만 살충제가 든 음료수를 먹었다가 의식을 회복한 다른 할머니가 ‘내가 먼저 도착했다’며 A 씨 주장을 반박하는 등 주변 진술과 엇갈리게 진술하고 있는 점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A 씨의 집 안 마당에 심어진 대나무 밑에서 뚜껑이 없는 자양강장제 빈 병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병 입구 부분이 아래를 향해 땅에 묻혀 있었다. 빈 병에서는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동일한 성분이 발견됐지만 지문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다른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A 씨 집을 압수수색했다.

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살충제 음료#할머니#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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