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30년간 13만명 참가…“문학도의 꿈 이루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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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얼 전국 학생·어머니 백일장’… 30회 맞아 작품집 발간 화제
문예학도 등용문으로 자리굳혀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가운데)이 9일 제30회 새얼백일장 입상작을 모은 ‘울타리’의 출판담당 직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진행되는 새얼백일장 수상자가 30년간 7800여 명에 이른다. 새얼문화재단 제공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가운데)이 9일 제30회 새얼백일장 입상작을 모은 ‘울타리’의 출판담당 직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진행되는 새얼백일장 수상자가 30년간 7800여 명에 이른다. 새얼문화재단 제공
새얼문화재단이 올해 30회째를 맞은 ‘전국 학생·어머니 백일장’에서 입상한 작품을 모은 책 ‘울타리’(500쪽)를 9일 발간했다. 1986년부터 인천에서 매년 열고 있는 이 백일장은 첫 회부터 동아일보사의 후원을 받아 진행해 왔으며 지금까지 13만여 명이 참가했다. 입상자에게 대학 특례입학 자격을 주는 등 명실상부한 문예학도의 등용문으로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타리는 올해 4월 열린 백일장에서 장원과 차상, 차하, 참방을 각각 수상한 300여 명 가운데 180여 명의 작품과 수상소감에 전문가 심사평을 곁들여 실었다. 재단은 백일장이 끝나고 심사를 통해 선정한 수상작을 묶어 ‘새얼문예’라는 책자로 발간해 오고 있다. 매년 2만 부 이상을 전국 학교와 도서관 등에 배포해 왔는데, 이번엔 새얼백일장 30회를 맞아 새얼문예 대신 울타리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비매품인 새얼문예는 일선 학교에서 문예 지도교사의 지침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울타리는 수상작 외에 백일장이 걸어온 30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각종 기록들을 빼곡하게 모아서 펴냈다. 그간 백일장에서 입상한 뒤 문인으로 등단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들의 에세이인 ‘새얼백일장과 나’도 수록돼 있다. 백일장 출신 10명의 문인 가운데 6명이 저마다 기억하고 있는 백일장에 얽힌 추억을 소개하고 있다.

1회 백일장에서 초등학교 3, 4학년부 시 부문 장원에 뽑힌 시인 이용임 씨를 비롯해 소설가 김금희(3회 초등 3, 4학년부 산문 부문 차하),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구경분(5회 어머니부 시 부문 장원), 소설가 안보윤(11회 중등부 산문 부문 차상), 시인 유병록(15회 고등부 시 부문 장원), 동화작가 박주혜 씨(15회 초등 5, 6학년부 산문 부문 차상) 등이다.

시인 이 씨는 “어릴 때 팔삭둥이로 태어나 허약하고, 지극히 내성적인 어린이였으나 백일장에 참가해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세계를 향한 발언을 서서히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또 아동문학가 구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백일장에 학생들을 인솔해 갔다가 ‘보호자들도 글을 써 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시를 제출했는데 장원을 차지했다. 이때부터 나에게도 글 쓰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문인의 길로 들어섰다”며 백일장과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문인의 길을 가려는 후배들을 위한 글도 남겼다. 시인 유 씨는 “글쓰기로 무엇을 이루려고 하지도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던 백일장에서의 초심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내 아이가 열 살쯤 되면 함께 40회 백일장에 참가해 그때만큼 글 쓰는 일이 행복한지, 문학을 사랑하는지, 열정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내게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새얼 백일장은 매년 5000여 명에 이르는 학생과 어머니들이 참가하는 전국 최대 문예대회로 정착했다. 참가자들이 훗날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의 인연을 잊지 않고 나눌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작품집을 발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983년 설립된 새얼문화재단은 1만 명이 넘는 후원회원이 매달 내는 회비와 재단 기금 48억 원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출판,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백일장과 함께 국악의 밤, 가곡과 아리아의 밤 같은 문화행사를 해마다 한 차례 연다.

또 분기마다 발행하는 계간지 ‘황해문화’(1993년 창간)는 수준 높은 학술, 교양, 문학 작품을 소개한다. 1986년부터 인천 지역 조찬포럼의 효시 격인 ‘새얼아침대화’를 매달 둘째 주 수요일 오전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각계각층의 인물이 두루 연단에 올랐다. 이 밖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5800여 명에게 장학금 26억여 원을 지급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새얼#학생·어머니#백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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