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건 밤이건 사무실엔 불켜진 형광등이…유럽인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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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정보통신(IT) 업체에서 사무실 청소를 하는 김모 씨(55)는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환하게 켜진 형광등을 끄는 게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전날 야근자가 사무실 불을 켜놓은 채 퇴근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형광등 전원 스위치 옆에 ‘퇴근할 때는 꼭 소등하고 갑시다’란 문구가 붙어있다. 하지만 새벽까지 일한 뒤 집으로 가는 야근자들이 불 끄는 것을 깜빡하는 일이 잦다. 한 번은 김 씨가 해당업체 직원에게 불을 잘 꺼달라고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가 “잔업을 하는데 너무 한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 이후로 김 씨는 그저 아침에 소등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구성원들이 외출하기에 앞서 방마다 불이 다 꺼졌는지 두세 번 확인하곤 한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무실은 낮이건 밤이건 조명이 환히 켜져 있어 전기가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또 굳이 조명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낮이라도 일부러 창문을 커튼으로 가린 뒤 인공조명을 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햇빛이 너무 강해 눈부심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들어 이동통신 대리점들은 경쟁적으로 인테리어 조명을 과도하게 쓰고 있다. 24시간 점등하는 업소들로 인해 많은 열이 발생해 냉방 에너지까지 더 쓰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전문가들은 오전 9시~오후 6시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소등을 할 것을 권고한다. 에너지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각 회사가 불필요한 실내조명 50개만 꺼도 연간 47만 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복도, 비상계단 등에 지나치게 많은 조명이 켜져 있어 전기가 낭비되고 있다.

사무실 전체를 일괄적으로 밝히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개인조명을 켜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유럽에서는 사무실 책상마다 개인용 스탠드가 설치돼있는 게 일반적이다. 유럽인들은 안방 침대 옆에도 자그마한 독서등을 둬 필요할 때 활용한다. 야근한다는 이유로 혼자 있는 사무실의 불을 전부 켜놓고 있는 것은 유럽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즉각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발광다이오드(LED)로 조명을 바꾸는 것도 절전에 도움이 된다. LED 조명의 전력 소비량은 백열전구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설계에 대한 평가를 그 동안 빛의 밝기로만 해왔다면 앞으로는 ‘각 장소에 필요한 최적의 빛을 제공 하는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최적의 빛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그리고 장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공단 관계자는 “당장 낮에 사용하는 사무실 조명을 모두 끄고, 야근할 때 개인 스탠드를 이용해 작업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전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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