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응급실 방문후 병원 두번 더 갔지만 아무런 경고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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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잡을 수 있다/병원 방역 철저히]
삼성병원서 감염된 부부 인터뷰

메르스 확진환자 108명(10일 현재) 가운데 한 명인 A 씨(54·여)는 현재 서울의 한 거점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의 남편도 확진 판정을 받아 함께 입원 중이다. 현재 A 씨는 고열보다 메스꺼움 같은 소화기 계통의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씩 상태가 나빠져 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확진 판정이 내려지고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A 씨 부부가 초기에 느꼈던 불안감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편이다. A 씨는 오히려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알게 된 이후 확진 판정 전까지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9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 씨는 당시 남편과 함께 겪은 상황을 설명하며 초기 현장 대응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생생하게 전했다.

A 씨 부부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것은 지난달 27일. 대량 감염을 일으킨 14번 환자가 입원한 첫날이었다. 이후 A 씨 부부는 같은 달 30일과 이달 3일 예약된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의 누구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앞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7일 “지난달 29일에야 질병관리본부에서 ‘14번 환자가 메르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 응급실에 있던 환자, 의료진에 대한 격리조치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한 A 씨 부부는 3일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생업에 종사했다. A 씨는 진료를 받은 지난달 30일 병원 구내식당을 이용했고 1일에는 종로구에서 열린 친목모임에도 다녀왔다. A 씨는 “병원을 오갈 땐 택시를 이용했고 가게에 손님이 많지 않아 접촉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지역사회 감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3일 오후 병원 진료를 받고 온 남편 B 씨에게 처음으로 병원 측의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열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없다”고 응답한 것이 전부였다. 추가 안내는 없었다. 그러나 이날 밤 B 씨에게 발열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체온이 갈수록 높아지자 부부는 4일 0시경 급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다.

A 씨 부부는 응급실 내 분리된 방에 머물며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 1차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병원 측은 자가 격리를 권고했고 A 씨 부부는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5일까지 집에 머물렀던 A 씨는 결국 보건소에서 다시 검체를 채취해갔고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 있을 때도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식사를 주지 않아 상당 시간 굶은 채 방치됐다. 결국 자가 격리를 권고받은 딸이 집에서 도시락을 싸다 주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이동 중에 계속 택시를 탔고 5일 오후 다른 병원의 격리병실로 이동하면서 처음 구급차를 탔다.

A 씨는 “언론을 통해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17만 원인 메르스 진단비도 자비로 부담했고 일대일 관리 같은 것도 받지 못했다”며 “(정부의) 지원이 늦어지자 병원도 비용이 많이 드는 메르스 환자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나 보건당국이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더라면 이렇게 빠르게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응급실#삼성병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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